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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안전운행도 좋지만…

입력
2014.07.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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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연기금, 수익률 전쟁

위험자산 투자 과감히 높여 지난해 두 자릿수 수익률

국민연금은 여전히 보수적

기금위 "연금손실은 피해야" 국내외 주식 비중 30% 그쳐

세계 연기금 자산 및 수익률/수익률 1위 캐나다 연기금과 한국 국민연금 투자자산 비교
세계 연기금 자산 및 수익률/수익률 1위 캐나다 연기금과 한국 국민연금 투자자산 비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세계 주요 연기금들의 수익률 올리기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채권이나 선진국 투자 등 안전위주로만 운용해서는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질 수 없다고 판단, 신흥국 주식에, 또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며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캐나다 연기금(CPPIB)의 경우 연 수익률이 16.5%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운용 규모 세계 4위에 올라 있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익률이 목표치(6.1%)에 한참 미달했다. 독립된 조직 구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사회적 합의 도출 실패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익률을 위해서라면 위험자산 투자도 적극

13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세계 상위 300개 연기금 중 2013 회계연도(작년 4월~올해 3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캐나다 연기금이었다. 자산 규모(1,981억달러)는 우리나라 국민연금(4,067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수익률은 무려 16.5%에 달했다. 자산 규모 2위인 노르웨이가 15.9%로 뒤를 이었고, 미국도 12.5%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ㆍ1조2,647억달러) 역시 수익률이 9.5%였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2013년 연간 수익률은 4.2%. 자산규모 상위 다른 5개국 평균(12.12%)과 비교하면 6%포인트 이상 뒤쳐진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원인은 채권 중심의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 전략과 운용 능력. 전체 자산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60.4%에 달한다.

캐나다의 경우 2000년 채권 비중이 95%에 달할 정도로 보수적 운용을 해왔지만, 2005년 법 개정 이후에는 모든 자산에 자유롭게 투자한다. 현재 해외주식 투자 비중이 40.2%로 가장 높으며 채권(33.6%), 부동산 및 인프라(17.7%), 국내 주식(8.5%) 순으로 배분이 이뤄졌다. 위험자산(66%)이 안전자산(44%)보다 비중이 훨씬 높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연기금 운용 추세가 캐나다처럼 위험이 어느 정도 내재해 있더라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이머징 국가의 주식과 부동산 등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런 과감한 투자는 운용기관의 전문성이 뒷받침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사회적 합의 없는 한 안정위주로 투자

국민연금도 지난해 투자한 자산 중에서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자산은 해외주식(21.61%)이었고, 그 다음이 대체투자(6.44%)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2015년말 자산 목표비중을 국내주식 20.0%, 국내채권 52.9%, 해외주식 11.6%, 해외채권 4.0%, 대체투자 11.5%로 정해놓고 있다. 여전히 보수적이다. 이 비율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아닌 비전문적 위원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다.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며 정부측 당연직 6명 외에 민간위원 14명으로 이뤄져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금위가 헤지펀드를 위험자산으로 간주해 투자를 반대할 정도”라며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행태가 결국 안정성만 고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어쩌다 좋은 매물이 나오더라도 자산 비율을 항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로 이어지는 건 극소수”라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좀더 운용자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금위는 입장은 다르다.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만큼 적어도 원금 손실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규모 손실을 봤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사회적 합의가 있지 않는 한 과감한 투자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요원한 국민연금 조직 강화

국민연금은 423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200여명의 기금운용역이 꾸린다. 1인당 운용규모가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선진국 연기금이 1인당 1조원 이하를 운용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수익률 1위인 캐나다도 1인당 운용규모는 3,000억원에 불과하다. 국내의 연기금 투자기관인 공무원연금(2,000억원), 사학연금(4,000억원), 한국투자공사(5,000억원ㆍKIC)와 비교해도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이들의 평균연봉(성과급 포함)은 8,275만원으로 금융사 직원에 못 미친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가 2016년 전주로 이전 예정에 있어 성과급 체계 개선이 있지 않는 한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를 KIC처럼 별도의 ‘기금운용공사’로 만드는 논의도 있었지만 여야 대립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기금운용본부는 전문성을 살리기 힘든 구조로 이뤄져 있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타협점을 찾아야 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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