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내주는 강서구청 도시관리국
일선 공무원부터 결재라인까지 뒷돈
구청, 실제로 도시계획 변경안 입안
수천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재력가 송모(67ㆍ사망)씨가 사업 확대와 재산 축적과 관련된 송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 공무원 검사 등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송씨가 지역 정치인에게 실제로 ‘떡값’을 건네려 했다는 진술까지 나와 송씨가 생전에 작성한 ‘매일기록부’에 오른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수도권 한 지검의 A 부부장 검사는 송씨로부터 떡값과 전별금 명목으로 2,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송씨가 A 검사에게 돈을 건넨 시점이 설과 추석 등 명절과 검찰 인사철 전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송씨는 2002년부터 최근까지 8촌 인척 이모씨와 벌였던 순봉빌딩 소유권 소송, 클럽 베스티아 회원들이 낸 보증금 반환 소송 등 크고 작은 법적 다툼을 벌여왔기 때문에 떡값 명목으로 뒷돈을 주고 A 검사에게 로비를 한 것이 아닌지 검찰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인과 공무원들 역시 송씨의 로비 대상이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매일기록부에는 송씨가 2007년 무렵 전직 구청장 B씨에게 수백만원을 건넨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외에도 이 지역 구청장과 부구청장 서너명에게 수백만원씩 돈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기록부에 수백만원을 준 것으로 기록된 인물 중에는 강서구청 도시관리국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관리국은 도시계획을 세우고 건축 허가를 내주는 부서다.
사법당국은 송씨가 정책을 입안하는 일선 공무원부터 최종 결재권이 있는 구청장까지 ‘결재 라인’에 뒷돈을 대며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일반주거지역으로 개발이 제한적인 강서구 발산역 인근 송씨의 땅이 상업용지로 바뀌면 용적률이 250%에서 800%로, 증축할 수 있는 높이도 4층에서 최대 20층까지 높아져 송씨는 수천억원의 추가 이득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강서구청이 송씨의 청탁을 들어주려고 한 정황도 있다. 강서구청 도시계획과는 2013년 6월쯤 송씨 소유 건물들이 포함된 지역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하는 ‘도시계획 변경안’을 입안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가 상승을 이유로 반려해 입안이 취소됐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세수 확보가 목적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법당국은 매일기록부에 송씨가 수년 전 세무서장에게도 수백만원의 돈을 준 기록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추가 조사에 나섰다. 송씨는 2013년 건물 임대수익을 축소 신고해 탈루 혐의로 서울지방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가 세무 공무원에게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위해 돈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매일기록부에 언급된 세무서장이 실제로 돈을 받았는지, 대가성이 있는지 등은 추가 조사를 거쳐야 드러날 전망이다.
송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기록된 B씨는 “2003년 설 연휴 전 송씨가 명절 떡값이라며 100만원을 주려 했는데 송씨가 치부책인 매일기록부를 쓴다는 소문을 이미 들은 터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장 선거 때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 선거운동을 하던 사람이 돈을 받았을 수는 있지만 당선 가능성이 적어 줄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매일기록부에 거론됐다고 알려진 다른 구청장들은 “공식석상에서 송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금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세무서장도 “송씨의 이름조차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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