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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소각장 유치 착한 '핌피'의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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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소각장 유치 착한 '핌피'의 모범

입력
2014.07.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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郡, 주민 반대에 "편의시설 제공" 갈등→중재→화합→준공이 해법

“분뇨처리장이 있는 우리 마을이 제 격인디, 인자 우리 마을에 똥차는 절대 못 들어올 것이여.”(무안군 평용리 주민)

12년 전인 2002년 11월 29일 전남 무안군청 3층 회의실은 흡사 도떼기시장이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일부 주민은 군수 집무실로 돌진하려다 직원들에게 붙들렸고, 욕설과 넋두리를 쏟아냈다. 반면 8개 마을을 제치고 시설 유치에 성공한 복용마을 주민들은 막걸리 사발을 치켜들었다.

이날 촌로들을 울리고 웃긴 시설은 다름아닌 쓰레기소각장(환경관리종합센터). 도회지에선 ‘죽어도 우리 동네엔 안 된다’(님비ㆍNIMBY)고 반대하는 혐오시설을 무안군에선 무려 9개 마을이 서로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몇 해전만 해도 어림없는 일이었다. 군이 전문기관의 용역을 거쳐 선정한 부지들은 번번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무안군이 고민 끝에 꺼낸 마지막 카드가 목욕탕 헬스장 등 편의시설 건립과 인센티브 제공이었다. 공모 및 평가, 선정 주체 역시 무안군내 이장단과 새마을부녀회장단 등 주민 위주로 바꿨다. 주민 대표들의 투표로 최종 결정키로 했다.

이후 마을마다 결의대회, 유치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분뇨처리장이 있던 평용리에선 “혐오시설 종합단지를 만들겠다”는 공약, 심지어 “유치를 못하면 분뇨처리장을 봉쇄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결국 공무원들이 입지 조건이 좋다고 은근히 희망하던 곳도, 언론 홍보까지 해가며 열을 올렸던 곳도, 혐오시설을 들어내겠다고 협박한 곳도 아닌, 주민들의 바람대로 ‘민가와 멀리 떨어져 민원 소지가 적은’ 복용마을이 부지로 결정됐다. 공모에서 선정까지 주민들의 힘으로 이뤄낸 ‘착한’ 핌피(PIMFYㆍPlease In My Front Yard)의 국내 첫 성공 사례라 할만하다. 2007년 인근 함평군의 반대로 잠시 사업이 주춤했지만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슬기롭게 풀어나갔다.

현재 무안군 환경관리종합센터(5만1,261㎡ㆍ사진)는 서울 제주 등 외지인들이 매년 보고 배우러 올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가동률은 쓰레기소각 94.8%,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195%에 달한다. 김나연 무안군 환경시설담당계장은 “1차(2002년)로 군민, 2차(2007년)로 인근 지역 주민들과의 열린 협의가 이뤄낸 성과”라며 “주민들이 당시를 자랑스러워하고 쓰레기 시설이 맞냐고 할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님비 현상을 착한 핌피로 탈바꿈시킨 곳들은 대개 무안군과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결정-발표-방어’의 하향식이 아닌 ‘갈등-중재-화합-준공’의 4단계로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식이다. 경기 이천시 여주군 등 5개 시ㆍ군이 공동으로 만든 광역소각장(2003년), 충남의 16개 지방자치단체가 분담금 갹출에 합의한 홍성 화장장(2005년) 등이 대표적이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혐오시설에 얽힌 갈등 해소는 우리 동네, 지역을 넘어 주변 지역과 포괄적인 협력이 가능한지 논의해야 이익은 배가 되고, 불이익은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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