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 약 많다보니 혼동 일쑤
정기적으로 복약지도 받아야
고혈압, 당뇨병, 퇴행성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김정혜(76) 할머니는 최근 약 복용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약 상자에 약을 놓아뒀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떤 약이 고혈압 약인지, 퇴행성관절염 약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약 모양이 비슷하고 단골 약국에서 약을 받다 보니 약 봉지가 똑같아 구별이 쉽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약 상자에 있는 약을 몽땅 들고 단골약국 약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대한약사회가 고령 환자의 약 복용과 관련해 주의를 당부했다. 약사회는 “고령 환자들은 다양한 질병으로 인해 여러 약을 먹는데 약 마다 복용법이 달라 복잡해 약을 제때 먹지 않아 치료효과도 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 부천시에서는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한 고령 환자는 하루 1회에 한정된 고혈압약을 아침, 저녁에 먹어 큰일을 치를 뻔 했다. 노윤정 부천 신세계약국 약사는 “약국을 찾은 고령 환자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식전, 식후로 나눠져 있는 약을 먹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약사회는 “약에 따라 식전·식후·식간·취침 전에 먹어야 하는데 이를 잊어버리거나 건너뛰고 심지어 마음대로 약을 먹기도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약을 제때 먹지 않은 고령 환자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정해진 용법과 상관없이 여러 약을 한 번에 먹는 것이다. 정남일 약사회 홍보위원장은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여러 약을 한 번에 복용하면 약 효과가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등 약효의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치료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제형이 같은 약에 대한 구별도 필요하다. 약사회는 “수면제와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는 항히스타민제 제형이 비슷해 잘못 복용할 수 있어 약 처방 후 제형이 비슷한 약을 따로 분류해 복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복용 중인 약 점검도 필요하다. 약사회는 “적어도 3~6개월에 한번 정도 현재 복용 중인 약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자주 이용하는 약사들의 도움을 받아 앓고 있는 질환에 필요한 약과 불필요한 약을 구별, 필요 없는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약사회는 또 “병원진료를 받거나 약국에서 약을 살 때 자신이 먹고 있는 약을 의사나 약사에게 미리 알려줘 상세한 복약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치중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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