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러 베를린자유대 한국학 조교수
이화여대 '한·독 포럼'참석차 방한
"동아시아 노동운동 연구 부친 영향 한국의 계절과 음식에 완전히 중독
정치·사회 등 더 다양하게 알고 싶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아끼는 독일인이 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하네스 벤야민 모슬러(38ㆍ사진) 조교수다. 서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와 처음 대화하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기 일쑤다. 억양부터 발음, 구사하는 어휘까지 영락없는 한국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한국식 이름은 강미노(江美努)이고 좋아하는 음식도 구수한 청국장이다. 한국 정치가 그의 관심 분야다.
그는 고교 졸업을 앞둔 1994년 혼자 6주간 한국에서 배낭여행을 하면서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후 독일 훔볼트대에서 문화학·한국학으로 학·석사학위를 얻은 뒤 2011년 서울대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연을 맺은 지 올해로 20년째인 그는 최근 이화여대 주최로 열린 ‘제13회 한ㆍ독 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모슬러 교수는 13일 “한국을 첫 아시아 지역 여행지로 결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한국의 계절과 음식, 경치에 완전히 중독됐다”며 웃었다. 그 중 단연 으뜸은 한국 사람들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의 정(情)이요. 독일에도 비슷한 감정이 있지만, 유독 ‘짙은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인 것 같습니다.”
한글 이름까지 지을 정도로 한국에 애착을 갖게 된 것은 부친이자 세계적 석학인 홀거 하이데(74) 전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교수의 영향도 컸다. 한국 등 동아시아 노동운동을 연구한 하이데 교수는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한국인 제자를 여럿 배출했다. 모슬러 교수가 어렸을 적 처음 입은 태권도복도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것이다.
남북통일이 거론될 때 독일 사례가 언급되는 것에 대해 그는 “당시 독일은 통일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며 “한국에서는 북한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퍼붓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결국 그것이 대북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한 내부의 ‘남남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북한만 잘못됐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분단 극복에 결정적인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는 “독일에서는 한국에 대한 지식 기반이 부족해 한국의 정치ㆍ사회 현상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다”며 아버지와는 다른 분야에서 한국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열의를 내비쳤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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