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 못해
장마전선 제주도에만 들락날락
식수까지 끊기는 마을도 속출
중부 17,18일 돼야 단비 기대
#1 13일 인천 강화군의 한 고구마 밭. 작물 3분의 1 정도가 잎이 누렇게 변하며 시들어가고 있다. 주민 A씨는 “가뭄이 열흘만 지속돼도 농작물 생산량이 20~30%는 줄어들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강화군은 논에 비료를 뿌려야 하는 20일을 전후해 임시방편으로 수로와 관정 등에 물을 대기로 했다.
#2 같은 날 충북 제천의 한 마을. 주민들이 트럭에 실려온 물탱크 앞에 줄을 서서 물 배급을 받고 있다. 제천시 수산면 오티리ㆍ원대리, 봉양읍 명도리 등은 5월 중순부터 이어진 가뭄에 간이상수도까지 말라붙어 2, 3일에 한 번씩 이렇게 식수를 공급받는다. 오티리 주민 박원근(56)씨는 “찜통 더위에 샤워도 못해 견디기가 정말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장마기간인데도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마른 장마’ 탓에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작물이 타 들어가는데다 식수까지 끊기는 마을이 속출하고 있다. 전국 곳곳의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뭄에 수확한 농작물의 작황이 좋을 리 없다. 육쪽 마늘의 본고장인 단양군에서는 마늘 수확이 한창이지만 품질이 떨어지는데다 수확량도 줄었다. 단양군은 마늘 수확량이 지난해(2,128톤)보다 7% 감소한 1,822톤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괴산군에서 생산되는 감자도 3.3㎡당 수확량이 평균 10㎏에서 올해는 8㎏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날 기상청은 6월말 남부지방부터 영향을 미쳐야 할 장마전선이 제주 인근 해상에서 북상하지 못하면서 6~7월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예년대로면 물난리를 걱정할 시기이지만 전국 평균 강수량은 6월 77.6㎜, 7월 1~12일 58㎜에 불과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7월만 놓고 보면 서울 경기 충청 강원 영서지역 등이 강수량이 특히 적다”며 “이들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강화도의 강수량은 7.5㎜로 평년의 10% 수준이고, 백령도는 3.2㎜밖에 되지 않는다. 강화군에 있는 저수지 31곳의 저수율은 35% 정도, 이 가운데 6곳은 10%를 밑돌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장마전선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차가운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나 형성된다. 그런데 올 여름에는 우리나라 상층부에 위치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하면서 장마전선이 제주도까지만 올라왔다가 다시 밀려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형성된 장마전선은 9일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무너졌다. 11일 제주도 남쪽지역에 다시 생긴 장마전선은 아직 북상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 장마전선이 15일 남부지방에 이어 17~18일쯤 중부지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천=한덕동기자 ddhan@hk.co.kr
강화=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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