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0-3…40년 만에 2연속패배
영양가 없는 축구로 90분 헛발질 독일전 포함 두 경기서 10실점
2연속 패배도 40년 만에 처음
브라질 삼바 축구의 ‘종말’이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브라질이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그것도 안방에서 연이은 굴욕을 당했다. 브라질에 드리운 ‘미네이랑 참사’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매우 컸다.
브라질은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국립 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3-4위전에서 네덜란드에 0-3으로 졌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 1-7 참패를 당한 뒤 네덜란드를 상대로도 3골이나 헌납했다. 두 경기에서만 기록한 실점은 무려 10골, 이번 대회 통틀어서는 14골이다. 마지막 자존심을 살릴 기회마저 놓친 브라질은 4위로 월드컵을 마감했다.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한 것과 2연속 패배를 당한 것은 1974년 독일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돌아온 시우바, 구세주 아닌 패배 원흉
독일에 일곱 골을 헌납한 브라질의 ‘자동문 수비’는 전혀 수리가 되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에 자동으로 문이 열려 자동문 수비다. 4강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던 주장이자 수비의 핵인 치아구 시우바(파리생제르맹)가 자동문 수비의 ‘일급 수리 기사’로 기대를 모았지만 오히려 실망만 안겼다. 시우바는 전반 1분30초에 페널티박스로 달려가던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을 넘어트려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로번이 얻은 페널티킥을 로빈 판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골로 연결하자 브라질 수비는 지난 9일 전반 29분 만에 5골을 내준 독일전 당시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브라질은 전반 17분 달레이 블린트(아약스)에게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급격히 가라앉은 팀 분위기 속에 시우바는 수비진을 정돈하는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다”며 “팬들이 마지막에 우리를 향해 야유를 퍼부은 것은 당연하다. 그들도 감정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화려한 축구 실종, 거친 축구만 남았다
‘과거’ 브라질은 축구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삼바 리듬에 맞춰 춤 추듯 화려한 개인기와 현란한 몸놀림으로 축구의 재미를 더했다. 골 결정력까지 빼어나 브라질은 이번 대회 전까지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은 월드컵 본선 골(210)을 터트렸다.
브라질은 ‘신성’ 네이마르(바르셀로나)를 앞세워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막상 경기 뚜껑을 열자 실력보다는 희망 지수만이 턱없이 높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네이마르가 척추 부상으로 빠진 4강전부터 삼바축구는 힘을 쓰지 못했다. 네이마르가 없는 공격진은 4강과 3-4위전에서 1골을 넣는데 그쳤다. 특히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에 프레드(플루미넨세)는 빈약한 공격력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브라질은 최종전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프레드 대신 조(아틀레치쿠 미네이루)를 투입했지만 역시 효과를 못 봤다. 공격 횟수(43회)도 네덜란드(24회)보다 훨씬 많고, 슈팅도 11개를 시도했으나 90분 내내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반면 브라질의 거친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졌다. 이날 태클 7회, 파울 16개, 경고 3장을 받았다. 4강전까지 대회 통틀어 이 세 가지 항목이 가장 많았던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또 조별리그 1, 2차전 32경기를 기준으로 특별한 부상 없이 그냥 넘어진 ‘침대 축구’ 1위 팀으로도 꼽힌 바 있다. 자국에서 모든 불명예 기록은 다 뒤집어쓴 브라질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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