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세계 전시장 디자인 통일
기아차는 업계 최초 대표음 만들어
한 지붕 아래 현대차와 기아차가 자기 색깔 찾기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습니다. 기아차가 9일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최초로 대표음을 만들어 차 시동 켜고 끌 때부터 컬러링, 광고음악, 콜 센터 안내 음악까지 모든 음에 활용하는 ‘소닉 브랜딩(Sonic branding)’ 계획을 발표하자, 이번에는 현대차가 13일 전 세계 전시장(딜러 숍)의 디자인과 시설을 하나로 통일하는 ‘글로벌딜러십스페이스아이덴티티(GDSI)’ 프로젝트 실시를 알렸습니다.
현대차는 2018년까지 전 세계 모든 전시장(현재 6,000여 개)과 서비스센터의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높이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해외 유명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했고, 오스트리아 건축가 델루간 마이슬과 손을 잡았습니다. 2009년 새 단장한 포르쉐박물관을 디자인한 유명 작가죠.
포르쉐박물관은 2만1,000㎡의 면적에 세 개의 큰 기둥 위에 비스듬히 떠받치듯 세워진 초현대적 건축물로 공사에 약 1억 유로가 들었고 세계 자동차 업계에 이정표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건축가와 손잡고 현대차는 말 그대로 디자인을 확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상징색이었던 파란색 대신 갈색(브라운)을 대표색으로 정했고, 자동차를 놓는 바닥은 제주의 절경인 주상절리를 본 뜬 육각형 모양으로 바꿨습니다. 전시장 내부 조명의 조도까지 통일시키기로 했는데요.
현대차 해외딜러육성팀 관계자는 “2011년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를 통해 내세운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인 ‘모던 프리미엄’에 걸맞은 고급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전 세계 어디서나 한 눈에 현대차 공간임을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전시장 몇 곳에 GDSI를 적용한 디자인으로 테스트를 거친데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새 디자인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5월 멕시코 13개 전시장에 대한 공사를 마쳤고 지난달에는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 상파울루시에 GDSI를 적용한 대형 플래그십 전시장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국내에는 약 100개 전시장을 새 단장한다고 합니다.
반면 기아차의 소닉 브랜딩은 ‘호랑이 코 그릴 디자인’으로 시각적 통일성을 추구했던 연장 선상에서 청각적 통일성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기아차는 2013년 에미상을 수상한 세계적 전문업체 ‘오디오 브레인’과 손잡고 대표음을 만들었고, 최근 국내 출시한 올 뉴 카니발과 소울 전기차(EV)에 이를 처음 적용했습니다. 기아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 관계자에 따르면 전 세계 고객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재즈, 클래식, 보사노바, 전기음악 등 7가지 종류의 컬러링, 벨소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동안 광고 끝에 잠깐 로고 음악(징글)을 쓰는 경우는 있었지만 모든 제품의 모든 관련 음악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 최초의 시도입니다. 기아차 관계자는 “친숙한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기아차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1998년 이후 두 회사는 한 식구로 뭉쳐 많은 시너지를 내왔습니다. 체코(현대차), 슬로바키아(기아차) 등 생산 기지를 가까이 두고 자재, 부품 공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고 각 지역 맞춤형 전략 차종을 나눠 생산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덩치 큰 글로벌 경쟁 업체들과 맞서서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돼 왔습니다. 하지만 기아차가 2012년 야심 차게 전략 차종 K9를 내놓으면서 현대차의 제네시스, 에쿠스와 고객 층이 겹치는 것을 염려해 가격 책정 등 마케팅에 애를 먹었던 사실에서 보듯이 단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두 브랜드가 비슷해 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많다”며 “당장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 높이기에 도움을 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작은 집’인 기아차가 자기 색깔 알리기를 더 열심히 입니다. 기아차는 심지어 기아차의 향기를 알리는 차원에서 ‘기아향(Kia Fragrance)’을 선보였고, ‘기아 마카롱’ ‘기아 커피’ 등 기아차의 맛을 담은 먹을거리, 운전용 신발, 장갑, 담요 등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 관련 용품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도움도 적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큰 집인 현대차의 존재가 늘 큰 그림자로 여겨지기 때문이겠지요.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