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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역 최대 피해자는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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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역 최대 피해자는 어린이

입력
2014.07.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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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전쟁 지역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 지 모른다. 터키로 피난 온 시리아 난민 어린이. 한국일보 자료 사진
분쟁·전쟁 지역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 지 모른다. 터키로 피난 온 시리아 난민 어린이. 한국일보 자료 사진
분쟁·전쟁 지역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 지 모른다. 나이지리아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중생들. 한국일보 자료 사진
분쟁·전쟁 지역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 지 모른다. 나이지리아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중생들. 한국일보 자료 사진
분쟁·전쟁 지역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 지 모른다. 시에라리온의 소년병. 한국일보 자료 사진
분쟁·전쟁 지역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 지 모른다. 시에라리온의 소년병. 한국일보 자료 사진
분쟁·전쟁 지역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 지 모른다. 이스라엘 경찰에 맞은 팔레스타인 청소년. 한국일보 자료 사진
분쟁·전쟁 지역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 지 모른다. 이스라엘 경찰에 맞은 팔레스타인 청소년. 한국일보 자료 사진

지난 9일 낮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마가지 난민촌에 있는 한 가정집에 이스라엘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일가족 5명이 사망했다. 그 중에는 두 돌도 채 안 된 아기 무하마드도 포함됐다. 무하마드의 주검 일부는 집 바깥에서 발견되는 등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아이들을 돌보던 숙부 살라 나와스라(23)와 임신 4개월째인 부인도 목숨을 잃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8일 첫 공습을 한 이후 13일까지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165명. 그 중 어린이 희생자는 최소 28명이다. 하루에 다섯 명 정도가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피지도 못하고 지고 말았다. 팔레스타인 정보부는 “제2차 인티파타(성전)가 일어난 2000년 9월 이후 2012년 4월까지 모두 1,518명의 어린이가 이스라엘 점령군에 살해됐다”고 밝혔다. 사흘에 한 명꼴이었다.

분쟁의 최대 피해자는 어린이

분쟁지역의 최대 희생자는 어린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18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는 분쟁지역 사망자 중 절반 가량이었던 민간인 희생자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때 3분의 2로 늘어났고, 20세기 말에는 거의 90%에 달했다. 특히 어린이 사망 비율이 크게 늘었다. 1995년 유엔아동기금(UNICEF)은 그때까지 10년간 약 200만명의 아이들이 전쟁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사망한 군인 보다 많은 숫자였다.

유엔이 최근 발표한 ‘어린이와 무력 분쟁’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어린이에게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는 시리아다. 2011년 봄 통통한 체구의 13세 어린이 하므자 알카팁에게 닥친 비참한 일이 단적인 예다. 알카팁의 부모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반대 시위 도중 알카팁을 잃어버렸다. 그의 부모는 약 한 달 후 총상과 담뱃불로 지진 흔적이 남아 있고, 턱과 슬개골 등이 부서진 처참한 모습의 아들을 마주해야 했다. 정부측 의료계 인사는 “아들이 시위 도중 총에 맞았고 심하게 훼손된 흔적은 일반적인 부패나 날조”라고 주장했다.

그 이후 적어도 1만1,000명의 시리아 어린이가 내전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민간연구기관인 옥스포드 연구그룹은 그 중 800명이 시리아 정권이 지난해 8월 자행한 사린 신경가스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조그만 어린이들의 시체가 얼굴만 내놓은 채 하얀 수의에 싸여 매장 직전 일렬로 쭉 나열된 처참한 장면이 담긴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가장 참혹한 종족 분쟁 중 하나인 아프리카 르완다 대학살 사건에서도 아이들이 타깃이 됐다. 1994년 수도 키갈리에서 르완다 라디오방송국 ‘밀 콜린스(Mille Collines)’는 청취자들에게 “큰 쥐를 죽이려면 작은 쥐를 죽여라”라는 메시지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르완다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전용기 격추 사고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후투족이 소수 투치족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비극이 벌어질 때였다. ‘투치족의 젊은 세대를 살해하라’는 뜻이었다. 유엔에 따르면 당시 4개월도 안 돼는 짧은 기간에 르완다 어린이 30만명이 가혹한 구타와 폭행으로 숨지거나 총과 흉기 등에 의해 살해됐다. 심지어 이 중에는 갓 태어난 아기나 영유아도 포함됐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대학살에 가담한 사람들 중 9.9%가 방송의 선전 활동에 자극 받아 약 5만1,000명을 살해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라사 마셀 당시 유엔사무총장 특별대표는 “어린이들이 십자 포화 속에서 사망하는 게 아니라 이들을 목표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인종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때 아주 위험한 논리가 들어설 수 있어 특정 종족의 우월성이나 인종 청소까지 우리가 목격한 끔찍한 사건들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다”며 “그렇게 되면 어른을 죽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적의 다음 세대인 그들의 어린이까지 제거돼야만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가 희생되는 분쟁지역이 하도 많다 보니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인 10대 3명 사망사건과 이에 따른 팔레스타인인 청소년 보복살인처럼 주목 받지 못하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는다. 수전 비셀 유니세프 아동보호담당 최고책임자는 “어린이 10억명이 전세계 전쟁이나 분쟁 지역에 살고 있다”며 “많은 어린이들이 폭력으로 인한 부상과 죽음에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납치된 소년병들도 허다

소년병이라는 이름으로 전선에 끌려가는 어린이도 상당하다.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정규군이나 비정규군으로 분쟁집단(정부군 또는 반군 등)에 속해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18세 미만 소년병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25~30만명으로 추정된다.

유엔은 ‘어린이와 무력 분쟁’보고서에서 “지난해 전세계 23건의 분쟁에서 소년병으로 전장에 동원돼 살해당하거나 상해, 성적 학대 등을 당한 어린이들이 4,000여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투를 위해 일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강제로 징집되거나 무장단체가 아이들을 납치해 전쟁에 끌어들이는 등 비자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991년부터 다이아몬드 이권을 놓고 정부군과 반군이 내전을 벌인 시에라리온에서는 12세 소년병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쟁에 참가했다가 간신히 목숨을 구해 유엔아동기금의 도움으로 재활에 성공한 이스마엘 베아가 회고록 ‘집으로 가는 길’을 통해 참전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했기 때문이다. “(밖에서)총소리가 들려 부모님이 나를 옷장 안에 숨겼지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총소리와 엄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들(반군)이 나를 찾아내 ‘우리랑 같이 갈래 아니면 여기서 죽을래?’라고 물었다”. 그가 전쟁터로 간 이유다. 시에라리온의 아이들은 한 밤 중에 바깥 화장실에 가다가, 등교하다가, 물을 기르다가도 납치돼 전쟁터로 내몰렸다.

내전으로 부모를 잃거나 살 곳이 없는 고아들이 생존을 위해 먹고 재워주는 군대나 무장단체에 스스로 들어가기도 한다. 살기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전쟁터를 선택하는 이런 경우는 2% 정도다. 파키스탄의 탈레반은 “한 달에 14만원을 벌 수 있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려, 시리아의 이슬람 무장세력은 “코란 읽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아이들을 유혹한다.

소년병들은 일반적으로 전투에 투입되거나 첩보수집, 스파이, 메신저, 짐꾼으로도 이용된다. 심지어 지뢰제거, 총알받이, 자살폭탄 테러에도 가담시키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 아프간 가즈니주 무쿠르지역 경찰서에서 폭탄테러를 일으켜 경찰 3명과 민간인 2명을 숨지게 하고, 16명을 다치게 한 범인은 15세 소년이었다. 탈레반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한 파키스탄인은 “아이들이 총과 각종 무기를 다루는 법을 먼저 배운 뒤 세뇌교육을 받고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른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여자 아이들이 성 노예로 이용된다.

군대나 무장단체가 아이들을 동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어른 보다 덜 먹고, 덜 소비하기 때문이다.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말이다. 말을 잘 들어 통제하기가 쉬운 것도 이유다.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털어 내게 하려고 전투 전에 술이나 마약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 보호장치 있지만 무력

이런 분쟁지역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002년 2월 발효돼 국제법적 효력을 지닌 ‘아동무력분쟁 참여에 관한 선택의정서’가 대표적이다. 150여개국이 비준한 이 의정서는 18세 미만 군대구성원이 적대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행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고(제1조), 18세 미만 아동이 군대에 의무적으로 징집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하며(제2조), 자발적으로 자국 군대에 입대할 수 있는 최저 연령을 15세 미만 보다는 높이도록(제3조 1항) 규정했다.

또 18세 미만에게 자국 군대 입대를 허용하는 나라는 ▦입대가 순수하게 자발적일 것 ▦입대가 당사자의 부모 또는 후견인의 동의로 이루어졌을 것 ▦입대하려는 아동이 병역관련 의무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것 ▦입대하려는 아동이 병역근무를 수락 받기 전 나이를 증명할 신빙성 있는 자료를 제출할 것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했다(제3조 3항).

휴먼라이트워치, 세이브더칠드런 등 국제구호개발단체들은 분쟁상황에서 학교가 군사 관련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지침인 ‘루센스(Lucens)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분쟁국가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무법천지의 분쟁지역에서 이런 법이 지켜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약자인 어린이, 여성, 노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룰은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지속적으로 어린이 희생자 발생하는 분쟁ㆍ전쟁 국가(2013년)
지속적으로 어린이 희생자 발생하는 분쟁ㆍ전쟁 국가(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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