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출동한 경찰 덕에 목숨 건져
정신과 병동에서 만나 죽음을 모의해 온 여성 3명이 퇴원 뒤 실제로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가 도로를 통제하고 역주행까지 한 경찰에 의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김모(32)씨 등 3명이 8일 오후 11시 54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씨의 차량 안은 번개탄 2개가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다. 김씨는 운전석에서, 최모(31)씨는 차량 밖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신모(19)씨는 겨우 몸만 가눌 수 있는 상태였다.
서울 방배경찰서가 발칵 뒤집힌 것은 1시간여 전. 최씨 어머니 이모(59)씨로부터 “딸이 ‘살기 싫다. 번개탄 피우고 당장 죽어버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112 신고 전화를 접수했다. 경찰은 즉시 최씨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신호가 9호선 구반포역 반경 500m 내 잡힌 것을 확인했고, 강력ㆍ실종ㆍ교통팀 경찰관 30여명이 출동했다. 그러나 수색 구역이 워낙 넓은 탓에 최씨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경찰은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기적처럼 잠에서 깬 신씨의 신고로 곧장 김씨 차량으로 달려갔고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 올림픽대로를 통제한 뒤 역주행해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덕분에 김씨 등은 이튿날 오전 특별한 이상 없이 모두 퇴원할 수 있었다.
방배서 유창용 강력3팀장은 “신씨가 먼저 신고를 해놓고도 ‘왜 죽지도 못하게 하느냐. 당신들을 신고하겠다’며 돌연 후송을 거부하는 바람에 역주행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대형종합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3주간 함께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자살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과 치료약이 잘 듣지 않는다”며 우울증에 따른 고통을 공유하면서 공감대가 싹튼 것이다. 3명은 이날 우울증 치료제인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복용한 후 소주 2병과 맥주 1병을 나눠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저마다 실연과 해고, 학교 부적응 등으로 힘겹게 삶을 버텨냈던 서민들”이라며 “귀중한 생명을 구해 안도하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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