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조금 철폐 후 내수 부진에 파격적 저가제품 수출 대공세
50인치 UHD가격 삼성의 1/3
품질 떨어져도 시장 급속 잠식, 점유율 톱 10에 6개사나 포함
日등 해외공장 적극 인수까지
스마트폰에 이어 TV 시장에서도 ‘차이나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업체들이 내수 부진을 만회하고자 본격적으로 저가 TV를 해외 시장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TV 업체들이 수출 비중을 급격히 확대하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대만시장조사업체 위츠뷰와 업계에 따르면 1분기 중국 TV제조업체들의 수출 비중은 창홍 42%, TCL과 하이얼 각 38%, 하이센스와 콩카 각 27%에 이른다. 과거 수출 물량이 10~20%에 불과했던 중국업체들이 급속도로 전체 생산 물량의 절반 가까이 수출하는 이유는 중국 내수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중국 정부는 자국 가전업체들을 육성하고 내수 시장을 키우기 위해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TV 구입시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중국 정부의 TV 보조금 정책이 중단되면서 중국 내 TV 판매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노동절 때 중국 내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성장했으나, 올해 5월 노동절에는 지난해 보다 10.1% 줄어들었다. 그렇다 보니 중국 TV 제조업체들이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
중국 TV 제조업체들은 떨어지는 품질 경쟁력을 엄청난 저가 공세를 통해 만회하고 있다. 국내 TV 업체들은 “후려치는 정도가 아니라 말이 되지 않는 가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미국 아마존에서 최신 삼성전자의 50인치 울트라고화질(UHD) TV는 1,497달러, LG전자의 49인치 UHD TV는 1,268달러에 각각 팔린다. 반면 중국 세이키의 50인치 UHD TV는 삼성 제품보다 무려 1,000달러 이상 싼 429달러, TCL의 50인치 UHD TV는 799달러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TCL과 세이키의 50인치 UHD TV는 각각 120만원대와 13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중국 TV 업체들의 파격적인 저가 공세 때문에 전세계 1위인 삼성전자도 오직 중국에서만 5위권 밖인 6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업체들과 도저히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디스플레이서치 집계 결과 1분기 전세계 UHD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21.6%)였지만 2, 3위는 중국의 하이센스(16%)와 스카이워스(13.6%)다. 이들 외에 콩카, TCL, 창홍, 하이얼 등 10위 안에 든 6개사가 중국업체다.
중국 TV업체들이 이렇게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은 저임금과 중국산 패널 등 저가 부품 사용이다. 대신 품질은 떨어진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를 총괄하는 옌스 하이데커 베를린박람회 부사장은 “여러 업체에서 UHD TV를 내놓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일부 업체들만 제대로 된 화질을 보여준다”며 “몇몇 업체들의 제품은 해상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UHD 패널을 지원하는 회로 기술이 떨어져 실제 UHD 화질이 나오지 않는다”며 “삼성 LG는 제품에 최적화된 자체 화질 구현 엔진을 개발해 적용하는데, 중국업체들은 화질 구현 엔진마저 외부에서 저가 제품을 사서 집어 넣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국 TV업체들의 저가 공세는 위협적이다. TCL은 일본 파나소닉의 산요TV 공장을 사들이는 등 최근 중국업체들이 해외 TV 공장 인수에도 나서고 있다. TV는 휴대폰과 달리 제품이 크고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선도업체들은 해외 각지에 공장을 두고 관세와 운임비 문제 등을 해결하고 있다. 중국업체들도 이 점을 겨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TV업체들이 경영 위기에 처한 일본 TV 제조사들의 해외 공장 인수에 잇따라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TV업체들의 행보는 충분히 위협적”이라며 “특히 기술력을 갖춘 일본업체 등의 해외공장 인수 등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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