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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실재하는 동맹

입력
2014.07.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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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열흘 남짓 사이 한반도 주변 정세가 눈 돌아갈 정도로 빨리 움직였다. 1일 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현행 ‘평화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법해석을 변경했다. 헌법해석의 변경만으로도 개헌과 다름없는 효과를 가져오는 이른바 ‘해석개헌’이다. 이로써 미일동맹의 내용과 형식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됐다. 일본의 안보를 위한 미국의 지원이라는 동맹의 일방적 성격이 희석되고, 동맹의 지향점도 중국의 세력 확장 견제로까지 넓어졌다.

▦ 3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평양보다 먼저 서울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도 역사적 사건이다. 한중 양국이 경제관계에서 정치관계로 본격적으로 접어든 신호탄 같다. 같은 날 일본은 대북 제재조치 일부의 해제를 선언했다. 북한의 적극적 자세로 북일 ‘납치교섭’이 급진전한 결과지만 남북과 중일의 대결 구도가 절묘하게 맞물렸다. 9ㆍ10일 베이징에서 열린 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도 눈길을 끌었다. 동북아 지역의 정치ㆍ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이 더는 감출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드러냈다.

▦ 이 복잡한 외교게임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짚고,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갑작스러운 듯해도 실은 오랫동안 쌓인 변화 흐름이 시기적으로 성숙해 물 위로 떠오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어제 5회로 연재를 마친 ‘격랑의 동북아’를 비롯한 언론의 긴급진단 대부분이 ‘선택의 어려움을 마주한 한국’의 처지를 부각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최근의 활발한 논의에서 선택의 실질적 변수인 ‘동맹’과 ‘체제 비대칭성’이 경시돼 추상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 동북아에는 한미, 미일, 조중(북중) 등의 동맹이 실재한다. 근년 들어 ‘조중 동맹의 사실상 해체’를 시사한 중국 관계자들의 언급은 한미ㆍ미일 동맹을 비난하려는 수사에 불과하다. 동맹은 조약이라는 국제실정법에 따른 권리ㆍ의무 관계여서 조약의 개폐 없이 변화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한미ㆍ미일 동맹은 내용 변화는 물론이고 기왕에 규정된 유사시의 ‘군사지원’조차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지만, 북중의 동맹관계는 그 제약에서 자유롭다. 이를 외면한 균형 감각은 편향성의 위장용 별칭일 뿐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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