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도로 7㎞ 7분만에 달려.. 못 빠져나온 노인 17명 모두 구해

“양로원에 불이 났어요.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은데…”
지난 9일 밤 10시 45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안산소방서 대부119안전센터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안산시 단원구 S양로원에서 화재가 난 것이다. 119구조대가 협소한 비포장 도로를 달려 7㎞ 떨어진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 7분만인 10시52분. 2층 건물에는 시커먼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70~80대 노인 17명 가운데 일부는 건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구조대는 건물 안으로 진입해 각 층의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야간 시야를 확보했다. 동시에 유해 연기가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노인 구조에 용이한 1대1 구조기법인 ‘업기’ ‘끌기’법으로 1명씩 구조했다. 신고 38분만인 11시 23분 2층 방에 갇힌 채 바가지로 물을 뿌리며 불을 끄던 김모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17명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해 좀 더 쉽게 진화할 수 있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작전을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한다. 신속 정확한 구조 활동은 물론, 예방팀의 철저한 시설점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효실천사랑나눔 요양원 참사가 발생한 직후여서 의미를 더한다.
구조대 진진산 팀장은 ‘골든타임 엄수’를 전원 구출의 첫 요인으로 꼽았다. 도착 후 건물의 창문과 출입문을 모두 개방한 선착대의 초기 대응도 주효했다. 스크링클러가 적시에 터져 화재 사망의 제1원인인 유해가스를 막은 것도 컸다. 2013년 초 소방시설 미비로 100만원의 과태료를 받은 이 양로원은 예방팀의 수시방문 지도를 통해 지난 6월 시설물 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보름여 만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과태료 부과 이후 지속적인 시설점검이 없었다면 스프링클러는 터지지 않았을 것이고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안산소방서의 성과는 이번 뿐이 아니다. 2010년 11월4일 새벽 5시 발생한 미소요양원 화재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 19명을 무사히 구출했다. 역시 골든타임에 초동 조치를 제대로 한 결과였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양로원이나 요양원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구조신호 등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화재가 나면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속적인 훈련과 대원들의 순발력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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