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공인회계사 주도로 전문직 자격증을 위조해 3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호경)는 일반인을 전문직 종사자인 것처럼 꾸며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으로부터 30여억원을 불법 대출 받은 혐의(사문서위조 및 사기 등)로 공인회계사 강모(36)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위조대출에 가담한 자영업자 이모(41)씨 등 9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 등은 금융기관이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엄격한 심사 없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해주는 점을 악용했다. 정상적으로는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무직자, 일용직 노동자 등을 끌어 모은 뒤 가짜 공인회계사ㆍ변호사 자격증을 만들어 주고 대출에 성공하면 건당 대출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2012년 6월 시중은행에서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햇살론’ 대출을 받았던 이모(46)씨는 5개월 뒤 같은 은행 다른 지점에서 위조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이용해 1억7,500만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이들은 또 대출을 손쉽게 받기 위해 유령 회계법인과 주식회사를 설립한 다음 이 회사 명의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을 허위로 작성하고, 가짜 전세계약서를 만들어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내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강씨 등은 이런 식으로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52회에 걸쳐 30여억원의 사기 대출 행각을 이어올 수 있었다.
조사 결과 범행을 주도한 강씨와 이씨는 각각 서울대 경영학과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공인회계사로 도박과 주식투자에 실패해 수억원대 빚을 떠안은 상태에서 불황까지 겹쳐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전문직 대출 심사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범행”이라며 “공인회계사등록증을 활용한 불법대출에 성공하면서 변호사등록증ㆍ전세계약서 위조 등으로 범행 방식을 다각화했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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