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일부 지점 직장인 퇴근 후 영업
하나, 대학생을 위한 북카페 점포
신한·농협, 버스형 이동점포 선보여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특화한 점포 디지털 시대 금융의 주요 화두로
#문을 열면 벽 한쪽을 메운 책장부터 눈에 들어온다. 공간 한 가운데에는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하기 좋을 큼지막한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다. 공부 모임에 적합한 세미나실도 갖춰 북카페 형식인 이 공간은 지난 3월 리모델링을 마친 하나은행 고려대지점 ‘와삭바삭’. 카페에서 모이고 공부하는 시간이 많은 젊은 대학생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하나은행의 특화 점포다.
# 제품 출시를 기념하거나 신규 브랜드를 테스트할 때 주로 여는 팝업스토어(간이 매장)는 유통업계에만 있는 게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새 주거 단지가 조성되는 신도시 등에 팝업 브랜치를 연다. 인터넷 팝업처럼 한시적으로 문을 열었다가 사라지는 컨테이너 점포다. 7, 8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일반 은행 지점처럼 상담, 자동화코너, 고객대기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일주일이면 설치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은행 지점에 안녕을 고하다.’
미국 경제채널 CNBC는 최근 ‘미래의 은행’이라는 제목의 기사 부제를 이렇게 뽑았다. 디지털 시대의 달라지는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세계 주요 은행의 변화를 다룬 기사다. 브라질 최대 은행 방코 브라데스코는 로봇이 인사하고 지문 인식으로 현금자동화기기(ATM)에 접속하고, 미국 웰스파고은행은 은행을 ‘금융상품을 파는 종합 유통회사’로 규정하고 점포를 ‘브랜치’가 아닌 ‘스토어’로 개념화한다.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대세라지만 그래도 고객 관리를 위해서 여전히 소홀히 할 수 없는 판매 채널은 오프라인 지점이다. 그래서 세계 금융권의 주요 화두인 은행 점포의 변화 실험은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특화 지점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점포 실험이 진행 중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점포 특화 실험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이나 직장인 등 세분화된 고객을 위해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가 하면 잠재 고객 유치를 위해 대학생 전용 점포를 운영한다.
국민은행은 ‘애프터뱅크’(오후의 만남)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일부 지점을 직장인이 퇴근 후 이용할 수 있도록 오후 7시 또는 9시까지 운영한다. 우리은행은 필리핀 근로자가 많은 혜화동이나 네팔ㆍ중국 근로자가 많은 창신동 지점 등을 외국인 특화 영업점으로 지정해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대학생 특화 지점은 타깃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 점포다. 경희대와 홍익대 인근의 신한은행 ‘S20 스마트존’은 하이엔드 ATM기가 설치돼 있어 통장, 체크카드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기기 다루는 데 익숙한 젊은 대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동형 점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신한은행은 버스와 트럭을 개조한 이동 점포 ‘뱅버드’를 운영한다. 무선 통신을 통해 일반 영업점처럼 입출금, 송금, 환전, 예금상품 가입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NH농협은행도 버스형 이동 점포로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은행권이 인터넷ㆍ모바일뱅킹 등 디지털 투자 확대와 함께 점포 특화 전략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이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성격을 띤다고 믿기 때문이다. 2012년 농협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8.7%)이 금융상품 구매 시 영업점을 방문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 다음 선호 채널은 웹사이트(15.6%)였다. 특히 과거 은행권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기업 대출 위주였던 것과 달리 소매금융의 비중이 커지면서 채널 간 융화를 통해 점포 이용을 편리하게 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0일 은행 지점의 레이아웃과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을 모두 재편하기 위한 ‘채널 태스트포스(TF)팀’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김유섭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신용서비스라는 은행업 특성상 고객과의 관계 마케팅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강화가 지점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의 복합금융점포 허용에 따라 도심에는 원스톱 점포가 늘어나는 등 금융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다양한 지점의 변신이 시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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