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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시]

입력
2014.07.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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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도심의 빌딩 위로

창백한 초승달이 떠 있다

피곤한 시민들의 우수가 떠 있다

분노가 떠 있다

-강민의 '만추' 중

숨막히게 더웠던 지난주 어느 날, 서울 인사동 한 식당에서 강민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외포리 갈매기’가 나온 것을 축하하는 자리가 있었다. 소감을 말하라자 시인은 뜬금없이 한국전쟁이 터지고 3일 후인 1950년 6월 28일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동네 교회를 지킨답시고 피난 행렬에 끼지 않았다. “그때 (정부가) 이런 방송을 했습니다. ‘서울 시민이여, 안심하라.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 그리고 얼마 후 한강다리를 폭파시켰습니다.” 단어가 주는 뚜렷한 기시감에 자리는 일순 침묵에 빠졌다. 차가운 바닷물을 보며 뿜어냈던 분노와 다짐은 어느새 폭염 속에 녹아 일그러지고 있었으나, 백발의 시인은 여전히 파랗게 분노하고 있었다. 윗글은 ‘외포리 갈매기’에 수록된 첫 번째 시 ‘만추’의 마지막 연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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