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갈 최대 은행이 회계부정 적발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유럽발 악재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11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포르투갈 증권거래소는 10일(현지시간) 자국 최대 은행인 방쿠 이스피리투 산투(BES) 주가가 장중 17% 가량 폭락하자 거래를 정지했다. 이날 주가 급락은 BES의 지주회사인 이스피리투 산투 인터내셔널(ESI)이 13억 유로(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회계 부정을 저질러 5월 감사에서 적발됐고, 이에 따라 최근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단기채 이자 지급에 실패한 사실이 시장에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투자자들은 ESI 다른 계열사는 물론 포르투갈 금융 시스템 전반에 파급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5월 구제금융에서 벗어나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 했던 포르투갈에 또 다시 대형 악재가 터지자 국제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이날 포르투갈 증시는 4% 이상 급락했고 독일, 스페인, 그리스 등 대부분 유럽국가 증시가 1~2% 하락했다. 뉴욕 다우지수도 한때 1% 남짓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였다.
안전자산(미 달러)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원화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원 상승한 1,019.0원에 마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맞물리면서 환율은 장중 한때 1,02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는 14.10포인트 내리며 1,988.74로 미끄러지며 8거래일 만에 2,000선을 다시 내줬다.
하지만 포르투갈 사태가 유럽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11일 유럽 증시도 소폭 반등하며 출발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포르투갈 사태는 은행 자체의 횡령문제 등이라 컨트롤이 가능한 문제인데다, 글로벌 경기 또한 체력을 비축하며 회복세로 돌아선 상태라 위험이 주변 유럽국에 이어 한국까지 확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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