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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선 실력보다 자신감이 더 우위”

입력
2014.07.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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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경기 풀타임 출전한 이용

"나도 모르게 경직돼 소극적 플레이 좀 더 잘했더라면하는 아쉬움 커

K리그에선 나은 모습 보여줄 것"

국가대표 수비수 이용(28ㆍ울산 현대)은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다. 처음 밟는 월드컵 무대에서 후회 없이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각오였지만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왔다. 큰 경기 경험 부족을 실감하며 무너진 수비진에 대한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용은 11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내가 좀더 잘했더라면 아쉬움이 덜했을 것”이라며 “내가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부딪치며 대응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면서 “자신감이 실력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월드컵을 계기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이용은 의욕적으로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했다. 그러나 6월초 월드컵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도중 심한 몸살에 걸렸다.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에게 몸살 주사를 두 차례나 맞았지만 한번 떨어진 컨디션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꿈의 무대를 코 앞에 두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연신 흘렸다.

하지만 이용은 지난달 17일 러시아전, 그리고 22일 알제리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27일 벨기에전에서 부지런히 뛰며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그는 “월드컵이 처음이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경직돼 소극적으로 변했다”며 “그래서 마지막 벨기에전은 K리그에서 뛰는 것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뛰었다. 첫 경기부터 이런 마음가짐으로 뛰었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후회된다”고 아쉬워했다.

이용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알제리전을 꼽았다. “알제리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으면 16강이 보이는데 전반에 세 골을 내주는 순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 말 그대로 멘탈이 붕괴됐다”면서 “선수단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경기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용의 첫 월드컵은 허무하게 끝났다. 그러나 그는 한 차례 실패를 거울 삼아 다시 축구화 끈을 조여 맸다. 이용은 월드컵을 마치자마자 쉴 틈 없이 소속팀으로 돌아가 K리그 클래식에 출전했다. 몸과 마음 모두 힘들지만 월드컵 경험이라는 큰 자산과 함께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는 “부담감이 크다”며 “월드컵에서 잘하지 못했으니 팬들에게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축구는 월드컵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월드컵 선수단장을 맡았던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동반 사퇴했다. 한국의 다음 A매치 일정은 9월이다. 시간은 없는데 후임 감독 선임과 기술위원회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이용은 홍명보 감독의 유임→사퇴를 시작으로 한 대표팀 관련 일련의 사태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라운드에서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경기를 하는 것뿐이다. 이용은 “제대로 쉬지 못해 피곤하긴 하루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낸 다음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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