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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판덱스 7배까지 쭈욱~ 헐크가 입어도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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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판덱스 7배까지 쭈욱~ 헐크가 입어도 거뜬

입력
2014.07.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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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소프트 사슬모양 분자구조 반복해서 늘려도 회복률 97%

탄성도 그대로 유지 '섬유 반도체'

쾌적한 착용감 피로감소에도 도움

효성기술연구원 직원이 스판덱스가 포함된 원단을 양손으로 늘리고 있다. 원사에 스판덱스를 조금만 혼합해도 섬유 원단은 쭉쭉 늘어나게 된다. 효성 제공
효성기술연구원 직원이 스판덱스가 포함된 원단을 양손으로 늘리고 있다. 원사에 스판덱스를 조금만 혼합해도 섬유 원단은 쭉쭉 늘어나게 된다. 효성 제공
스판덱스 섬유를 이용한 수영복
스판덱스 섬유를 이용한 수영복

영화 속 ‘헐크’는 화가 나면 몸이 갑자기 3,4배 커지면서 상의가 모두 찢어져 알몸이 된다. 하지만 바지는 긴 바지가 반바지로 바뀔지언정 절대 찢어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사건을 해결하고 몸이 작아지면 늘어난 바지도 같이 줄어들어 원래 크기로 돌아온다. 이처럼 자유자재로 옷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게 현실에서도 통할까. 스판덱스(Spandex) 섬유가 포함된 옷을 입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스판덱스는 석유화합물인 폴리우레탄이 85%이상 함유된 고분자 섬유의 일종이다. 강도가 고무보다 3배 이상 되면서도 원래 길이의 5~7배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무가 아니면서 고무를 능가하는 섬유로 불리는 이유는 뛰어난 탄성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원상 회복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신축성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스판덱스가 반세기 이상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며 탄성 섬유의 대명사로 통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판덱스 탄성의 비밀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일 경기 안양시 효성그룹 기술연구원을 찾았다. 연구원이 아주 가느다란 실 굵기의 스판덱스를 가지고 와서 잡아당겨보라고 했다. 금새 4,5배가 늘어났다. 꽤 세게 힘을 줬는데도 끊어지지 않았다. 힘을 뺐더니 원래 길이로 돌아왔다.

조상원 스판덱스 연구팀 수석연구원은 “스판덱스가 헐크의 바지처럼 쭉쭉 늘어날 수 있는 이유는 단단한 부분(Hard Segment)과 코일 모양의 부드러운 부분(Soft Segment)이 사슬모양으로 연결된 독특한 분자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지대 역할을 하는 부분과 고무와 같은 부분이 안정된 형태로 얽혀 있어 힘을 가해서 잡아당겨도 분자가 직선모양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분자가 화학결합 형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크게 늘어나도 분자 상호간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래 길이의 5배 이상 늘어나도 원상 회복이 가능하고, 이를 반복해도 탄성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이 같은 분자구조 때문이다.

연구실에서는 스판덱스가 포함된 섬유의 물리적 특성도 연구한다. 스판덱스가 섞인 섬유를 정밀기계를 이용해 서서히 늘리면 신축성과 탄성 등 섬유 고유의 특성이 컴퓨터에 그래픽 형태로 자세히 기록된다. 화학실험실에는 물엿 형태의 스판덱스가 병에 담겨 보관돼 있다. 이것을 녹여 가공하면 방앗간에서 가래떡 나오듯 실 모양의 스판덱스가 생산된다. 굵기와 탄성은 고객의 요구에 맞게 조정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 조 연구원은 “스판덱스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면 등의 원사에 일정 부분 혼합하는 보조 섬유라고 할 수 있다. 원사에 스판덱스를 조금만 섞어도 원단이 쭉쭉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판덱스는 원래 길이의 3배 정도 늘어나도 보통 95~97% 이상 회복되는 탄성을 가지고 있다.

잘 늘어나고 회복되는 스판덱스의 특성을 활용해 의류를 만들면 장점이 많다. 우리 몸의 움직임에 따라 옷이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불필요한 근육운동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는 달라붙지만 스판덱스가 전혀 포함이 안 된 의류를 착용하는 경우 입고 벗을 때나 걸어 다닐 때마다 상당히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일본화학섬유협회 분석결과에 따르면 팔이나 다리, 허리를 굽히거나 어깨를 움직일 때 또는 의자에 앉을 때에는 피부의 15~45% 정도가 늘어난다. 스판덱스 소재의 옷을 입으면 이 비율에 가깝게 옷이 쉽게 늘어나고 원상태로 회복돼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일반 의류를 입을 때보다 12% 정도 운동효율을 증가시켜 피로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판덱스는 탄성뿐 아니라 세탁을 해도 손상이 되지 않고 드라이 클리닝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섬유 소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기능성을 가미한 스판덱스가 잇따라 생산돼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백색 섬유라는 한계를 넘어 검정색 실로 뽑거나 다양한 색깔을 입히기도 한다. 염소 성분에 다소 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한 기능성 스판덱스가 나오는가 하면, 수영이나 사이클 복장에 적합한 ‘파워핏’(power fit)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안양=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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