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마당에서 뛰놀던 암탉이 낳은 뜨끈한 달걀이 우리 식탁에 오르리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시골집 찾은 손주들을 먹이려 닭의 모가지를 비틀고 털을 뽑아 익히듯 배달 치킨을 만들 것이라 믿는 소비자도 없을 것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좁은 우리에서 다닥다닥 붙어 자라는 닭들이 스트레스에 서로 쪼아댈것을 우려해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자마자 절단기로 부리를 자른다. 알을 낳는 것말고는 산란용 닭에 기대하는 게 없어서다. 그나마 수평아리로 태어나면 쓸모 없다며 곧장 분쇄기에 목숨을 잃어야 한다. 고기로 쓰여야 하는 닭은 사람으로 치면 첫돌이 처음으로 햇빛을 보는 날이자 제삿날이다. 생후 30일 무렵 거꾸로 매달려 머리를 수조에 처박힌 채 전기 충격을 당한다. 실신 상태에서 날카로운 칼에 목이 잘리는 게 그나마 다행인 걸까.
책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축산학을 전공한 뒤 ‘농축유통신문’의 편집국장을 하고 있는 저자가 밝히는 닭고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저자는 이런 ‘비윤리적인 생산’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구조적 상황에 더 주목한다. 기업이 수백 개의 농장을 하나처럼 운영하는 ‘수직계열화’가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닭고기 유통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기업의 생산구조가 대표적이다. 닭고기의 원자재 격인 병아리와 사료를 기업이 일괄 공급하고 생산된 닭은 기업에 출하하는 방식이다. 출하 가격도 기업이 정한다. 저자는 “이렇게 되면 한 기업 하에 있는 600개 농가가 마치 한 농가처럼 운영되고 원자재나 출하처를 선택할 수 없게 된다”며 “수익이 우선돼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료나 더 적게 먹고 더 빨리 자라는 품종을 선호할 여지도 많아진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을 거라면,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축산업계도 변화가 필요하다. ‘친환경 축산물’이 더 많이 생산되도록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농가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생산하고, 판매업체에 당당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하자는 것이 저자가 제안하는 대안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내 입에 들어올 먹을거리의 정의를 촉구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이런 변화는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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