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를 가진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마도 연비과장 문제일 겁니다. 지난해 기존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던 차량 연비검증에 국토교통부가 ‘문제가 있다’며 뛰어든 뒤, 논란 끝에 결국 지난달 26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도 통일된 기준을 내놓지 못하고 어설프게 결론을 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문제가 된 차량을 보유한 소비자 1,700여명은 국토부의 ‘부적합’ 판정을 근거로 제조사에 집단 소송을 냈고, 제조사들도 산업부의 ‘적합’ 판정을 토대로 쉽게 물러서지 않을 분위기 입니다. 부처 이기주의가 소비자와 업계 모두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난이 나올 법 하죠.
이 가운데 논란을 야기한 국토부의 불통은 이 사안을 취재하는 많은 기자들에게도 공분을 샀습니다. 두 부처간 검증방식과 잣대가 어떻게 달랐는지, 왜 조율이 힘들었는지 등 복잡한 사안을 담당부서에 취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전화를 걸었지만, 공무원과의 통화는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할 만큼 어려웠습니다. 특히 합동브리핑이 열린 당일에는 정말 단 한 통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부처의 입장을 담은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브리핑까지 하고도 정작 이를 설명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죠. 결국 담당부서로 직접 찾아가서야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공무원들 자리마다 비치된 전화기 역시 잘 울리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보도 해명에는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합동브리핑을 앞두고 언론에 보도된 관련 보도들(23일 연합뉴스 경향신문 ‘국토부, 싼타페 연비과장 과징금 봐주나’ㆍ26일 조선일보 ‘국토부, 지난해 자동차관리법 개정해 승용차 연비 사후검증’)에 대해 발 빠르게 해명자료를 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죠. 물론 통화연결도 됐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다른 부처와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이슈라서 뒤로 숨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되면서 심지어 최근엔 국토부가 해당 내용을 특정 언론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최종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국토부의 입장이 보도되면서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어 갔다는 것입니다. 결국 국토부 감사관실은 일방적인 자료를 내보낸 담당공무원 3명을 부랴부랴 징계조치하는 해프닝도 일어났습니다.
국토부는 우리나라 교통, 항공, 토지, 주택, 건설, 수자원 등 주요 사회간접자본을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주요부처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정책 하나하나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비논란처럼 민감한 사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접촉을 피한다면, 좋은 정책을 홍보하는 일이든, 잘못된 보도를 바로 잡는 일이든 더욱 요해질 거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다양한 이슈에 국토부의 달라진 언론대응을 기대해보는 건 무리일까요?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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