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32곳엔 도서관 설치… 원전 주변 마을 의료서비스
지난 5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11인승 승합차 60대가 모여들어 일렬로 늘어섰다. 잠시 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달려와 삼삼오오 차량 옆에 붙어 재잘거리며 구경하기 시작했다. 60대의 차량(18억원 상당)은 이날 모두 이 아이들의 품에 안겼다. 앞으로 전국 곳곳으로 아이들을 싣고 다니며 꿈을 키워주고 캄캄한 밤길에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차량들은 모두 한국수력원자력이 전국 60곳의 지역아동센터에 전해준 선물이다. 3년 전부터 한수원은 학습 환경이 불편한 도서벽지 등에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선정해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년간 40대를 지원했고 5월로 꼭 100대를 채웠다.
한수원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행복더함 희망나래’라는 이름의 협약을 맺고 진행 중인 이 사업에는 도서관 설치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총 32개 지역아동센터에 희망나래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하반기 중 40곳에 추가로 짓고, 각 도서관마다 책 600권과 운영 프로그램을 선물하겠다는 게 한수원의 계획이다. 또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 36곳을 골라 자매결연을 맺었다. 임직원들이 직접 어린이들을 데리고 문화체험 여행, 스키 같은 스포츠 활동, 영어 수학 등의 학습 지도에 나서기 위해서다.
한수원은 원자력과 수력, 양수발전,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국내 전력의 약 30%를 생산하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이다.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비전으로 삼아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 같은 사회공헌 사업과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원은 임직원의 후원금과 회사의 지원금을 합한 이른바 ‘러브 펀드’다. 임직원들의 매월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 그 금액만큼을 회사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수원의 한 직원은 “후원 금액을 각자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부족해 쉽지 않았는데, 이 후원으로 대신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통이 불편한 지역아동센터뿐 아니라 한수원이 나눔 활동으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원자력발전소 주변이다. 원전이 주로 외딴 곳에 위치해 주변 지역은 의료진이 부족하고 병원도 멀어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수원이 산하 방사선보건연구원의 의료진과 함께 발전소 주변 마을을 꾸준히 방문하는 이유다. 마을 구성원 상당수가 노년층 농어민이라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노인성 질환이 많다. 한수원과 연구원 팀은 각종 노인성 질환 치료와 함께 각종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종합병원 수준의 건강검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매년 3,000여 명의 주민들이 이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한수원은 집계하고 있다.
원전 주변엔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떨어지는 지역도 있다. 이런 곳에는 대학생 ‘선생님’을 파견한다. 매년 우수한 대학생 40여명을 선발해 원전 주변 마을의 초ㆍ중ㆍ고교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학습지도와 진로상담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대학생은 멘토, 마을 학생은 멘티가 되는 이 활동은 ‘아인슈타인 클래스’라고 불린다. 멘토 대학생은 자원봉사 기회를 얻고 장학금을 받으며, 멘티 학생은 공부 방법을 배우고 진로 계획을 세운다. 2010년 처음 도입된 아인슈타인 클래스에는 지금까지 원전 주변 지역 청소년 총 1,553명이 참여했다. 엔지니어를 비롯한 사내 직원들이 일일교사로 참여해 재능을 기부하는 ‘주니어 공학교실’ 활동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원전 주변 학교로 직접 찾아가 과학 꿈나무들을 육성하며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한다.
이 밖에 전국 곳곳의 사업소에서도 소규모로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벌인다. 주로 결식 아동이나 혼자 사는 노인, 결혼 이민자, 장애인 등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의 복지를 개선해주려는 목적이다. 특히 2005년부터는 홀몸 노인이 사는 오래된 집을 수리해주거나 아예 이동식 가옥을 제공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한수원은 최근 나눔 활동을 개발도상국으로까지 확대했다. 서울대와 함께 글로벌 사회공헌단을 구성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베트남 낙후 지역을 방문했다. 특히 올해는 식수가 부족한 베트남 내 오지에 빗물을 이용해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했고, 따로 보건위생 교육도 실시했다.
이 같은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적,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한수원은 10년째 사회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봉사단 산하의 3개 국내 봉사대(사회봉사대, 의료봉사대, 지역봉사대)와 별도로 글로벌 봉사대를 신설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원전 안전 운영은 물론이고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책임 경영을 위해서도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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