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조사 동행해보니
이포보 인근 강바닥서 발견
"썩은 냄새 정말 지독한데… 4대강 사업으로 유속 느려져 호수처럼 변하는 호소화 진행 중"
“어우, 썩은 냄새가 정말 지독하다, 지독해.”
10일 오전 경기 여주 대신면에 위치한 이포보 인근 선착장. 해삼처럼 생긴 흐물흐물한 갈색 덩어리에선 암모니아 냄새와 비슷한 고약한 악취가 났다. 냄새의 장본인은 몸 길이 10㎝가 넘는 큰빗이끼벌레.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를 포함한 4대강 조사단원들이 남한강의 강바닥 생태환경을 조사하고자 배에 오른 지 20여분 만에 발견됐다. 강가가 아닌 강바닥에서 큰빗이끼벌레가 확인된 것은 이달 6일부터 시작된 4대강 조사 이후 처음이다.
큰빗이끼벌레는 1㎜ 안팎의 작은 개체들이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루는 외래 태형동물로 유속이 정체된 호수의 돌ㆍ수초 등에 붙어 서식한다. 지난달 금강에서 2m 크기의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는 등 최근 4대강 공사가 진행된 유역에서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녹색연합 황인철 평화생태국장은 “낙동강, 영산강, 금강에 이어 한강에서도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된 것은 강이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처럼 변하는 호소화(湖沼化)가 상당부분 진척됐다는 의미”라며 “4대강에 16개 보를 세워 물길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큰빗이끼벌레가 강변이 아닌 강바닥에서 발견된 것을 놓고 우려가 제기됐다. 박창근 교수는 “큰빗이끼벌레가 강변에 주로 서식해 수거하면 된다던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대책이 틀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한강의 유속 감소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이곳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여수보에서도 쉽게 발견됐다. 강바닥은 보통 모래무지 등 저서생물의 보금자리인 모래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채집장비로 여수보 좌완 하류 강바닥을 퍼 올리자 모래 한 알 없는 질퍽한 개흙이 나왔다. 조사단 관계자는 “유속이 상대적으로 빠른 남한강 중간 지점(초속 0.1m)에서는 모래와 개흙이 섞여 나왔지만, 개흙만 채집된 지역은 유속 측정기로 속도를 잴 수 없을 정도로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갯벌이 연상되는 새까만 개흙에서는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났다. 황인철 국장은 “남한강의 유속이 느려져 오염물들이 떠내려가지 못하고 그대로 쌓인 결과”라며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남한강의 강천보에서 재첩이 집단폐사했는데, 재첩이 살던 모래 위에 개흙이 덮이면서 숨을 쉴 수 없게 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유속 감소가 수질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재첩 집단폐사처럼 강바닥에 개흙이 계속 쌓이면 모래층에 사는 생물들은 호흡을 못해 죽게 되고, 부영양화를 초래돼 식물성 플랑크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녹조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녹조는 물고기 폐사 등 수질 악화의 주범이다.
녹조현상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영양염류(인ㆍ질소)를 먹이로 하는 큰빗이끼벌레의 확산 원인이 된다. 다량의 큰빗이끼벌레가 죽으면 또 다시 부영양화가 진행돼 수질 악화의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박창근 교수는 “수질 악화를 막으려면 독성 여부 등 큰빗이끼벌레에 관한 전반적인 생태조사를 통해 제거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수문을 개방하고, 장기적으로는 보를 철거해 강물이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글ㆍ사진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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