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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동맹국으로 가는 길 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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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동맹국으로 가는 길 열렸지만…

입력
2014.07.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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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투자 활성화 촉매 역할 할 듯

FTA 연내 타결은 양날의 검, 농산물 추가 개방으로 피해 우려

지난 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한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전시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한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전시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한중 양국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4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원화와 위안화를 살펴보고 있다.
한중 양국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4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원화와 위안화를 살펴보고 있다.

한중 경제협력은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여러 발짝 진전했다.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위안화적격해외기관투자자(RQFII) 자격 획득,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타결 등이 한 묶음으로 합의됐고, 중국이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도 진지하게 논의됐다. 최대 교역국인 양국의 경제 분야 협력이 한층 돈독해졌다는 게 안팎의 평가. 그러나 합의 이면에는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이미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중국은 200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됐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매년 급격히 성장해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26.1%(1,459억달러)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의 2, 3위 수출국인 미국(11.1%)과 일본(6.2%)의 비중을 합친 것보다도 크다. 중국에게 한국은 미국 홍콩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시장이다.

양국 정상들의 합의는 이런 경제적 관계를 더욱 긴밀히 연결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경제파트너에서 명실상부한 최대 경제동맹국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우선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직거래가 가능해지면 환전수수료가 절감되고 절차가 간소화하는 등 양국간 무역 거래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위안화 유동성이 커지면 장기적으로 달러 의존도가 낮아져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달러를 다시 위안화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과 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환 위험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달러 대신 위안화로 대금을 지급하면 중국 업체가 환 헷지(위험회피)에 드는 비용만큼 대금을 할인해 줄 가능성이 있어 투자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800억위안(약 13조5,000억원) 한도의 RQFII 자격 획득, 국내 청산결제은행 지정 등은 직거래시장의 실효성을 높였다. 특히 홍콩 대만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5개국만 보유한 RQFII 자격을 취득하면서 대중 금융 투자는 탄력을 받게 됐다.

한중 FTA 연내 타결은 양날의 검이다. 협상은 양국이 지난해 9월 품목 수 기준 90%(수입액 기준 85%)를 개방하기로 결론(1단계)낸 뒤, 10개월 가까이 진척이 없는 상황. 속도를 내는 건 좋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농업 부문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은 고추 양파 마늘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해 관세 철폐와 더불어 더 많은 농산물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계 자동차 등의 개방을 원한다. 기한에 쫓겨 협상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이 농산물을 추가 개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FTA가 타결되면 기계나 자동차 IT분야 외에도 물류 유통 통신 등 서비스 분야의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국내 농업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양국은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협력 및 새만금 한중 경제협력단지 조성, 위안화 표시 채권발행 장려 등도 합의했다. 아직 장기적인 계획이라 당장의 성과를 가늠하긴 이르다.

아무래도 골칫거리는 AIIB 가입 문제다. 양국의 통 큰 합의에는 동북아 지역 내 경제 패권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로선 미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AIIB는 지난해 10월 시진핑 주석이 동남아 순방 중 처음으로 제안한 아시아 지역 개발은행이다. 그러나 이미 해당 권역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AIIB를 ADB의 대항마로 보고 견제하고 있다. AIIB가 설립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

이미 미국의 압박은 시작됐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AIIB 설립과 관련 “이미 ADB가 지역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AIIB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Bar)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 방한 직후에는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이 “세계은행(WB)와 ADB가 있는 상황에서 AIIB 설립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정작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AIIB 가입과 관련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는 상황. 아직은 가입 조건 등을 따져보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AIIB는 원ㆍ위안화 직거래나 한중 FTA와 달리 당장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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