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원내대표님은 헌정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님으로 기록되셨는데 다시 한번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셨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제 청와대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 지도부 회동을 시작하면서 박 대통령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축하인사와 화답이다. 참으로 보기 좋은 장면이다. 이런 정도의 상호 존중과 인정, 배려가 있다면 소통이 무슨 문제일까 싶다.
어제 회동은 당초 45분으로 잡혀 있었으나 배 가까이 늘어난 1시간 25분간 진행됐다고 한다. 그만큼 진지한 얘기들이 오갔다는 뜻일 게다. 여야 참석자들의 합동 브리핑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청문회 상황, 세월호 참사 책임 문제와 후속대책, 정부조직법 김영란법 유병언법의 조속처리, 경제회복, 5ㆍ24조치 해제 등 남북관련 문제, 4대강 문제 등 국정현안 전반에 대해 기탄 없는 대화가 이뤄졌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김명수 교육부장관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후보자에 대해 임명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잘 알았고, 참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참고하겠다”는 말의 의미가 분명치 않기는 하지만, 이날 청와대 회동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국민들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어제로 2기 내각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만큼 이제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다음 수순을 주목하고 있다.
여야간 소통 부재로 꽉 막혀 있는 정국을 풀고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여야 간, 그리고 여의도 국회와 청와대 간에 다양한 채널로 원활하게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어제 회동에서 19대 국회 후반기 들어 여야 원내대표가 매주 월요일 정례 회동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참 잘하는 일”이라고 평가하며 자신도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을 정례화할 뜻을 밝혔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나아가 대통령이 여야 정당대표들과 자주 회동을 못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제왕적 대통령제라고들 하지만 청와대의 일방적 독주가 가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국회 선진화법 하에서는 과반 여당이라고 해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소소한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어렵다. 청와대와 여의도가 원활하게 소통하고, 여야가 경쟁하는 가운데서도 대화하고 협력해야 민생과 국익을 위한 생산적인 정치가 가능하다. 어제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이 그런 생산성 높은 정치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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