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보도통제 논란으로 해임된 길환영 전 사장의 후임으로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을 선임해 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KBS노조가 ‘절대 불가’로 지목한 후보 2명은 아니어서 파업 재개 등 파국은 피했지만, 조 사장 후보 역시 부적격 명단에 올랐던 사람이다. PD 출신인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MB캠프 특보 출신인 김인규 전 사장 시절 부사장을 지내며 제작 자율성 훼손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부적격 딱지를 떼려면 독립성 보장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KBS노조는 전날 후보자 면접 과정의 절차적 하자 등을 들어 원천무효를 주장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조 사장 후보가 임명장을 받더라도 앞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양대 노조의 반대를 극복하고 망가진 조직을 추스르는 것부터 ‘길환영 파동’으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까지 숱한 난제들이 쌓여 있다. 관건은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이자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인 독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다.
조 사장 후보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인 ‘어부지리 낙점’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KBS의 고질병이자 세월호 참사를 통해 더 확연히 드러난 ‘정권 눈치보기’의 굴레를 벗어야 한다. 숱한 전임 사장들처럼 청와대에 휘둘리면서 자리나 지키려고 좌고우면 한다면 내년 11월까지인 임기를 채우기도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인선에서 재확인된 공영방송의 기형적 지배구조 개선도 시급하다. 방송법에 따르면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11명의 KBS 이사 역시 대통령이 임명하며 여야 추천 7대 4로 구성된다. KBS 이사 추천권을 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대통령ㆍ여당과 야당 몫 3대 2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KBS 사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MBC와 EBS의 지배구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정권마다 ‘낙하산 사장’을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마침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이 일명 ‘길환영 방지법’을 입법 청원했다. ▦여야 각 4명, 여야합의 3명 등 11명으로 이사회 구성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사장 선임 등을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등이 골자다. 여야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바꿔가며 공영방송을 쥐고 흔드는 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루속히 ‘길환영 방지법’ 입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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