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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TV 봤수다] 너, 어디까지 들여다볼거니?

입력
2014.07.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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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관찰카메라 프로그램 이젠 집안까지 들어와 사생활 엿봐

해외 리얼리티쇼 수준까지 전락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위)와 ‘셰어하우스’(아래)는 집과 방을 공유하는 젊은이들의 최근 세태를 반영하면서도 훔쳐보기의 전형성을 띈다. SBSㆍCJ E&M 제공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위)와 ‘셰어하우스’(아래)는 집과 방을 공유하는 젊은이들의 최근 세태를 반영하면서도 훔쳐보기의 전형성을 띈다. SBSㆍCJ E&M 제공

액면 그대로만 생각해보자. 누군가의 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엿보는 일이 과연 괜찮은 것일까. 하지만 ‘관찰카메라’라는 새로운 트렌드의 예능에서는 요즘 엿보기가 매일 일어난다. 싱글족의 삶을 들여다보는 MBC ‘나 혼자 산다’나 군대의 속살을 들여다 보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그렇고, 개그맨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실험을 선보이는 KBS ‘인간의 조건’이나 정글과 도시의 생존기를 다루는 SBS ‘정글의 법칙’과 ‘도시의 법칙’도 마찬가지다. 홈 셰어라는 주거문화를 기치로 내건 SBS ‘룸메이트’와 스토리온의 ‘셰어하우스’처럼 카메라를 아예 집 안에 설치해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도 생겼다. ‘룸메이트’나 ‘셰어하우스’처럼 출연자들의 사생활과 그들의 관계를 엿보는 프로그램의 등장은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이 해외의 리얼리티 쇼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구의 리얼리티 쇼가 한국에 들어온 데는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심리적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인이 아니라 연예인을 진행자로 세우고, 진짜 리얼리티가 아니라 리얼리티를 내세운 미션 형식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는 변용이 일어났다. MBC ‘무한도전’이나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은 그 대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SBS ‘짝’ 같은 일반인 리얼리티 쇼가 등장하면서 이 같은 틀이 벗겨졌다. ‘짝’은 심리적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교양으로 포장했다가 예능으로 변모했다.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이 트렌드는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보고 또 자신의 사생활이 보여지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식당의 음식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그렇고, 그것들을 쉼 없이 검색하고 들여보는 것이 그렇다. 어찌 보면 누군가의 사생활을 엿본다는 죄책감을,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함으로써 상쇄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일상을 들여보는 게 영상의 속성이 됐다면 남는 건 윤리의 문제다. 사생활의 영역으로 들어온 카메라가 왜 그것을 찍는가에 대한 명분과 이유가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이를테면 ‘짝’은 달라지고 있는 남녀의 사랑관을 본다는 취지가 있었고 ‘나 혼자 산다’는 네 명 중 한 명이 1인 가구인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본다는 의도를 내세웠으며 ‘룸메이트’나 ‘셰어하우스’는 홈 셰어라는 대안적인 주거 문화를 본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관찰카메라 프로그램이 그 같은 기획 의도를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룸메이트’는 주거 문화 이야기를 쏙 뺀 채 출연자의 연애심리나 속내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돼 질타를 받고 있다. 출연자의 자살로 폐지된 ‘짝’은 편집 및 출연자를 둘러싸고 논란에 휘말렸었다. 물론 ‘나 혼자 산다’나 ‘인간의 조건’은 비교적 취지를 잘 살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삶을 엿보고 싶은 관음증의 욕구를 점점 키울 수 있다. 이러다간 언젠가 관음증 테스트를 할 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관음증 지수는 얼마인가.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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