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월드컵 실패는 예견된 것"
유명무실했던 기술위 독립시키고 K리그 활성화로 도약 토대 삼아야
정몽규 회장 "하루빨리 쇄신책 마련"
홍명보(45) 축구 대표팀 감독의 사퇴로 한국 축구는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정몽규(52)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10일 “대표팀 운영 체계에 대한 쇄신책을 하루빨리 마련해 지금의 시련을 거울 삼아 더 큰 도약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장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5 아시안컵대회를 지휘할 감독선임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감독 흔들기 사라져야 할 악습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부진에 이은 땅 매입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전문가들은 대표팀 감독이 축구로 비판 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감독의 사생활까지 파고드는 것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은 “이런 분위기라면 누가 국가대표 감독을 하려고 하겠나”라며 “설사 누군가 감독을 맡는다 하더라도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성적을 못 내면 또 (여론에) 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 “의심 나면 쓰지 말고 일단 쓰면 의심하지 말라”(의인불용, 용인불의ㆍ疑人不用,用人不疑)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축구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필요한데 K리그만 봐도 세뇰 귀네슈 전 FC서울 감독 이후로 외국인 사령탑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박 감독도 “기본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반대하지만 딱히 대안이 있는 것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이라면 거스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면 어떤 감독을 데려오더라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술위원회, 개혁 수준으로 쇄신해야
겉으로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를 예견된 결과로 평가했다. 따라서 홍 감독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동반 퇴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제역할을 못한 기술위원회를 개편이 아닌 개혁 수준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그 동안 기술위는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며 “조광래 전 감독 경질 과정에서 기술위는 경질을 통보하는 일밖에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명무실한 기술위를 완전히 독립시키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진 전문가를 엄선해 그 자리에 앉혀 한국 축구의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 교수는 “협회의 행정이 한국 축구의 현재라면 기술위는 미래”라면서 “기술위원장을 협회 전무에 걸맞은 권한을 가진 자리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한국 축구가 K리그를 밑거름 삼아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축구인 모두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일련의 과정을 소중한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월드컵 참패로 고개를 숙인 한국 축구가 12일 열리는 슈퍼매치(서울-수원 라이벌전)를 출발점으로 삼고, 서울과 수원이 좋은 경기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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