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촌의 범서방파 출신
국내 조직폭력배가 권총과 실탄 수십 발을 소지하고 있다가 검찰에 붙잡혔다. 검찰이 조직폭력배로부터 권총 등을 압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말 “A(52)씨가 ‘내 친구에게 빚 독촉을 하지 말라’며 권총으로 협박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광주지검에 접수됐다. 검찰은 해당 고소사건을 곧바로 강력부에 배당해 A씨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지만 고소인은 돌연 석 달 뒤 고소를 취소하면서 “A씨가 권총으로 협박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A씨도 “권총은 무슨 권총이냐”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검찰은 어쩔 수 없이 A씨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지난해 1월 사망한 국내 3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의 수행원이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상대로 내사를 계속 진행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A씨가 실제로 권총을 갖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 24일 A씨의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해 싱크대 밑에 보관 중이던 권총 1정과 실탄 30발을 찾아냈다. 이 권총은 미국 피닉스 암즈(Phoenix Arms)사가 1991~93년 제조ㆍ판매한 25구경 6연발짜리로 확인됐다.
A씨는 검찰에서 “2006년쯤 지인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사오면서 이삿짐에 실수로 섞여 들어온 권총이다. 지인에게 달라고 해 갖고 있었지만 권총으로 협박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지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검찰은 10일 A씨를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권총에 대한 출처 조사와 함께 A씨가 실제 권총으로 고소인 등을 협박했는지 여부도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A씨가 권총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에 총기 화약반응검사를 의뢰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조폭들이 세력 규합이나 이권개입 등을 위해 불법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A씨가 실질적인 두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뻥튀기 보도자료를 작성ㆍ배포해 빈축을 샀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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