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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총 큰칼의 이사지왕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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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총 큰칼의 이사지왕은 누굴까

입력
2014.07.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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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서 첫 공개

김재홍 국민대 사학과 교수, 출토 유물 5세기 후반 20대 자비왕ㆍ21대 소지왕 추정

‘이사지왕’ 명문의 금동제 환두대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사지왕’ 명문의 금동제 환두대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명문의 세부. 왕의 이름은 길이 87㎝의 큰 칼 앞면 끄트머리에 새겨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명문의 세부. 왕의 이름은 길이 87㎝의 큰 칼 앞면 끄트머리에 새겨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신라 고분 금관총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발굴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금관총 유물을 보존 처리하다가 금동제 환두대도(고리자루 큰칼)에서 ‘이사지왕(?斯智王)’이라고 새겨진 글씨를 발견했다. 두꺼운 녹을 벗겨내자 명문이 나타난 것이다. 신라 고분에서 왕 이름이 적힌 유물이 확인된 것은 이 칼뿐이어서 이사지왕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같은 역사책이나 신라 비석 등 금석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짜 왕일까. 금관총은 이사지왕의 무덤일까. 이 칼은 이사지왕의 것일까.

국립중앙박물관이 금관총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금관총과 이사지왕’ 테마전을 열면서 이 칼을 처음 일반에 공개했다. 93년 전 발굴 당시 이 무덤에서는 금관(국보 87호)과 금제 허리띠장식(국보 88호)을 비롯해 각종 장신구와 무기류, 마구류, 토기와 유리그릇, 금속제품 등 많은 유물이 쏟아졌다.

이사지왕의 정체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금관총이 이사지왕의 무덤인지도 불확실한 가운데 학계는 금관총의 규모가 왕릉급보다 작은 것으로 보아 왕이 아닌 왕족의 무덤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한다.

김재홍 국민대 사학과 교수는 금관총의 주인공은 이사지왕이 아니라 그의 왕비 또는 특수 신분의 고위 권력자라고 본다. 이 칼이 시신이 차고 있는 모습으로 나오지 않고 목관 바깥에서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이사지왕의 무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이사지왕은 누구일까. 금관총 출토 유물의 연대가 5세기 후반이니 그 시기의 신라 왕인 20대 자비왕(재위 458~479)이나 21대 소지왕(재위 479~500)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추론이다.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금관총 학술 심포지엄에서 김 교수는 이런 요지로 ‘이사지왕과 금관총의 주인공’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금관총의 주인공이 이사지왕이 아니라면, 이사지왕은 어디에 묻혀 있을까. 김 교수는 금관총 바로 옆 봉황대고분을 주목한다. 봉황대고분은 봉분 지름 82m로 신라 고분 수백 기 가운데 가장 큰 무덤이고, 금관총은 지름 45m로 훨씬 작다. 봉황대고분은 아직 발굴이 안 됐기 때문에 누구의 무덤인지 알 수 없지만, 금관총 주인공과 특별한 관계의 인물임은 분명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추정이다.

그의 추론이 맞다면 이사지왕으로 불린 자비왕 또는 소지왕은 가장 큰 왕릉에 묻힐 만큼 막강한 왕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학계는 신라의 왕권을 확립한 왕으로 22대 지증왕을 꼽아 왔지만, 지증왕에 앞서 이사지왕이 그 토대를 닦은 것은 아닐까. 이런 추론 끝에 김 교수는 그 동안 지증왕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던 자비왕과 소지왕을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금관총과 이사지왕’ 테마전은 9월 28일까지 한다. 금관총을 대표하는 유물 90여 점을 선보인다. 고구려 유물로 추정되는 네 귀 달린 청동항아리와 초두(액체를 데울 때 쓰던 긴 손잡이 달린 그릇), 일본에 서식하는 고둥의 일종인 ‘이모가이’로 만든 말띠 꾸미개도 나와 고대 신라의 대외 교류를 짐작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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