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승부차기 킥 2개 막아
판할 "PK막는 법 내가 가르쳐"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던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27ㆍAS모나코)가 동물적인 감각을 뽐내며 대표팀에 월드컵 결승행 티켓을 선물했다.
10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팽팽한 기 싸움이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전날 브라질이 무리한 공격 전술로 1-7의 대패를 당하자 양 팀은 시종일관 소심한 경기 운영을 했다.
그러다 승부차기에서는 일찌감치 아르헨티나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었다. 든든하게 골문을 지킨 철벽 수문장 로메로 때문이었다. 로메로는 네덜란드의 첫 번째 키커 론 플라르(애스턴빌라)가 오른발 슈팅을 날리자 몸을 던지면서 방어에 성공했다. 2-1로 앞선 상황에서도 상대 세 번째 키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갈라타사라이)의 오른발 슈팅도 펀칭으로 막아냈다.
청소년 대표를 지낸 뒤 2009년 A대표팀에 첫 발탁된 로메로는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후 대표팀 부동의 ‘넘버 원’ 수문장으로 자리잡은 뒤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 16차례 가운데 14경기(13실점)에 선발 출전했다. 경기 당 평균 실점이 1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샐틈’ 없는 방어벽을 자랑했다.
그러나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슈퍼 세이브’를 올리면서도 때론 기복이 심해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다. 올 시즌 소속팀 AS모나코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것도 잠재된 불안요소였다. 지난 시즌 삼프도리아(이탈리아)에서 모나코로 임대된 그는 총 3경기 출전하는 데 그쳤다.
다행히 본선에 들어와서는 꾸준한 컨디션을 유지했다. 로메로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3실점으로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지켰다. 16강과 8강을 거치는 동안에도 무실점으로 거미손을 뽐냈다. 그는 마누엘 노이어(독일ㆍ바이에른 뮌헨), 케일러 나바스(코스타리카ㆍ레반테),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ㆍ아작시오) 등과 함께 ‘특급 수문장’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로메로는 공교롭게도 스승 루이스 판할 네덜란드 감독에게 비수를 꽂았다. 판할 감독은 2005~2009년까지 네덜란드 프로축구 AZ알크마르의 지휘봉을 잡았다. 로메로는 2007~2011년까지 이 팀의 유니폼을 입고 90경기에 나갔다. 2007년 로메로를 아르헨티나 프로팀에서 스카우트한 주인공이 판할 감독이다.
애초 알크마르의 세 번째 골키퍼로 출발한 로메로는 판할 감독의 신뢰속에 주전 자리를 꿰차는 등 승승장구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판할 감독은 이날 4강전을 마친 뒤 “아르헨티나에는 지지 않았지만 승부차기는 언제나 행운의 문제”라면서 “물론 내가 로메로에게 페널티킥을 어떻게 막는지 가르쳤다”고 허탈해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된 로메로는 “독일과의 경기는 어렵겠지만, 훈련 첫날부터 우리의 목표는 결승에 오르는 것이었다”면서 “오늘 밤은 즐기고 내일부터는 결승전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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