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업상 매일매일 많은 글을 읽는다. 좋은 글을 쓰는 것과 좋은 글을 골라내서 책으로 묶는 것이 나의 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읽거나 쓸 때 내게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은 내가 필요로 하는 의도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도 하지만 순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만을 놓고 얘기하라면 내가 선호하는 글은 대략 이런 글이다. ‘~임에 틀림없다.’ ‘~가 분명하다.’ ‘~임이 아닐 수 없다.’ 같은 확신이나 단정의 단호함이 담긴 글이 아닌, ‘그런 것 같다’ ‘~인 것처럼 보인다’ 같은 짐작과 추정이 많은 글, ‘~인 것이 아닐까.’ ‘그건 무엇이었을까.’ 같은 의심과 회의가 스민 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인지는 좀더 생각해봐야 한다.’ 같은 판정의 유예와 주저함이 있는 글, 나는 그런 글들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불완전함과 불안을 마주보고 있는 눈의 촉기를 알고 그 안에서 자신의 한계와 조건의 유한성을 내다보고 있는 그런 글 말이다. 여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름다움은 사실은 분명한 것보다 흐릿한 것에 가까운 것 같다. 환상이 스미지 않은 아름다움은 왠지 얇고 엷게 느껴진다. 주저와 망설임이 있는 글은, 세상에 대한 지배와 소유의 욕망이 없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들을 위로할 개연성이 있다. 분명하고 강한 주장이 담긴 글에 대해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그 글을 쓴 주체들이 자신들이 글을 통해 밝혔던 소신을 종종 배반할 때 극적으로 팽창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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