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의 4강전 집중 견제받아 득점은 없었지만 상대 수비 흔들어
발롱도르 4회 수상·챔스 3회 우승... 월드컵 트로피만 들면 새 전설로
리오넬 메시(27ㆍ바르셀로나)가 대표팀 선배 디에고 마라도나(54)를 뛰어넘을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다.
아르헨티나는 10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앙스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네덜란드와의 준결승전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모나코)는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 네덜란드의 슈팅을 막아내 승리의 수훈갑으로 우뚝 섰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1978년 자국대회, 1986년 멕시코 대회에 이어 세 번째 월드컵 우승 기회를 잡았다.
결승무대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이다. 개최국 브라질이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참패(1-7)한 가운데 아르헨티나가 남미 대륙의 자존심을 걸고 우승 트로피를 노린다.
메시는 이날 준결승전에서 플레이메이커로서 127분28초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위협적인 장면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슈팅도 한 차례에 그쳤다. 메시는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 측면 자원 앙헬 디 마리아까지 부상으로 빠지면서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아야 했다. 특히 네덜란드의 강한 압박에 패스의 물줄기가 끊어지자 메시는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볼 터치는 여전히 세밀했고 좁은 공간을 빠져 나오는 치밀함도 선보였다. 127분간 10.494㎞의 활동량을 보이면서도 폭발적인 스피드가 필요할 땐 거세게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상대 간판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교했을 때 메시는 더 후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메시는 앞선 경기까지 사실상 원맨쇼를 펼치며 팀을 준결승까지 이끌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을 터뜨렸고 스위스와의 16강전에서도 디 마리아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4경기 연속 경기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그는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도 팀 공격을 이끄는 중책을 비교적 잘 수행했다.
이제는 마지막 남은 한 경기, 결승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칭송 받는 메시가 진정한 ‘황제’로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시험대다. 메시는 소속 클럽팀 바르셀로나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도 유독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팀 전술의 한계로 고개를 숙이는 일이 많았다. 2006년 독일 대회,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영양가 없는 1골(8경기)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선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4골을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파비오 칸나바로, 로타르 마테우스 등 이탈리아와 독일 대표팀의 주장으로 월드컵 우승을 이룬 레전드들은 “이번 대회 주인공은 바로 메시”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연 메시가 FIFA월드컵 트로피로 축구 경력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까. 발롱도르 4회 연속 수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프리메라리가 4년 연속 득점왕 등 메시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만 빼면 이미 ‘살아있는 전설’ 마라도나를 뛰어 넘었다. 남은 건 월드컵 우승 트로피다. 전세계가 14일 아르헨티나와 독일과의 결승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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