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긴 前 시장 복구사업 비리로 실형
미국에서 레이 내긴 전 뉴올리언스 시장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의 영웅으로 유명했다. 2005년 카트리나 사태 때 침수된 뉴올리언스 현장을 끝까지 지킨 내긴의 모습은 전용기에서 현장을 내려다 보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대조적이었다. 내긴은 당시 언론의 현장 인터뷰에서 연방정부의 미비한 대책을 비판, 전국적인 유명세까지 얻었다.
그러나 영웅이 된지 10년 만에 내긴은 카트리나를 팔아 뇌물을 받은 비리 시장으로 전락했다. 루이지애나주 연방지방법원은 9일 내긴에게 독직 혐의를 인정,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비리의 대부분이 카트리나 사태 직후 뉴올리언스 재건 사업이 한창일 때 발생했다. 카트리나로 영웅이 된 그가 결국 카트리나로 인해 영어의 신세가 된 셈이다.
지난해 연방검찰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8년 간 시장을 지낸 내긴에 대해 뇌물과 자금세탁 등 무려 20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내긴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돈을 준 업자들은 법정에서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결국 뉴올리언스 재건사업을 수주하려는 업자들로부터 현금, 공짜 가족여행, 공짜 석재 등 모두 50만 달러 가량을 제공받은 사실이 모두 인정됐다. 그에게 뒷돈을 챙겨주고 공짜 가족여행을 시켜준 이들은 소프트웨어, 도로보수 등을 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미 언론은 부패척결을 약속하고 시장 직에 올랐던 내긴이 스스로 부패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내긴의 범죄는 일반적인 양형 기준에 따르면 징역 20년 이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헬렌 베리갠 연방판사는 내긴의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절반으로 줄여줬다. 그는 특히 내긴이 루이지애나의 재건을 위해 드물지만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 카트리나 영웅에 대한 예우를 해줬다. 그러나 연방검찰 측은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콰매 킬패트릭 전 디트로이트 시장은 징역 28년, 래리 랭퍼드 전 앨라배마주 버밍햄 시장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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