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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러 시장이 활짝 폈습니다… 한국이 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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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러 시장이 활짝 폈습니다… 한국이 VIP

입력
2014.07.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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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주름·이마 등에 볼륨감, 절개 없는 '쁘디성형' 바람 타고

작년 700억원대로 규모 급성장 국내 시장이 메카로 떠올라

서울에 사는 40대 초반 여성 A씨는 얼굴에 깊게 패인 팔자주름 때문에 남모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지난해 피부과에서 필러 시술을 받았다. 코 양쪽 피부 밑을 살짝 부풀려 주름을 펴준 것이다. 시술 비용이 50만원이 훌쩍 넘었지만, 꽤 만족스러웠다. A씨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예뻐진 것 같은데 뭐가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길 자주 들었다”며 “올해 한번 더 맞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필러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수술하지 않고도 ‘감쪽같이’ 외모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필러 시술을 받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2011년 430억원 규모에 머물던 국내 필러 시장은 지난해 700억원대로 성장했다. 파킨슨병치료제나 잇몸약 시장과 비슷한 규모다. 올해는 900억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제약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한국은 ‘필러의 메카’다. 세계 최초로 필러 제품인 레스틸렌을 내놓은 제약사 갈더마는 최근 ‘전세계 2,000만건(1996년 이후) 시술 기념행사’를 본사가 있는 스위스가 아닌 서울에서 진행했을 정도다. 갈더마코리아 박형호 전무는 “레스틸렌이 전세계적으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한국 필러 시장을 견인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엔 수입 제품 일색이던 필러 시장에서 출시된 지 2년밖에 안된 국산 제품이 쟁쟁한 외국 제품들을 누르고 판매량 1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레스틸렌’의 지난해 국내 매출액 규모는 230억원대로 추정되는 등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2011년 LG생명과학이 ‘이브아르’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까지 국산 필러 제품 10개가 쏟아져 나오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세금과 유통비용 등을 낮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 필러 시장의 40% 가까이를 국산 제품이 점유했다. 매출액 규모로 보면 지난해 이브아르가 2위(110억원대), 휴온스의 ‘엘라비에’가 4위(80억원)로 아직 격차가 있다. 하지만 판매 수량으로 따지면 국산 이브아르가 제일 많다.

국내 필러 시장 급성장을 이끈 주요 요인은 제약업계의 위기 의식이다.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처벌 강화 등 정부의 제약업계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자구책으로 규제가 덜한 성형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필러는 보통 의약품에 비해 개발이나 수입, 허가 절차 등이 훨씬 덜 까다롭다.

국내 제약사들은 필러와 보톡스 덕분에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다. 이젠 수출까지 넘본다. LG생명과학은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올 초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6개국에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필러 시장 확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필러 시술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다 보니 비용은 병원이 부르는 게 값이다. 또 한번 효과를 보면 다시 맞고 싶어지는 탓에 의존성이 높다.

필러는 깊게 팬 주름이나 푹 꺼진 부위 등에 피부와 비슷한 성분을 주사해 볼륨감을 만들어주는 시술이다. 성분은 인공눈물과 유사한 히알루론산이 대부분이며, 칼슘이나 의료용 고분자 물질로 이뤄진 제품도 있다. 성분에 따라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3개월~1년)이 차이 난다. 시술 부위는 다양하다. 팔자주름뿐 아니라 이마와 미간 주름을 펴 동안을 만들어주는 건 기본, 코를 높이거나 콧등 모양 조절까지 가능하다. 오동통한 턱선에 필러를 맞으면 동그랬던 얼굴이 갸름해 보인다. 중ㆍ장년 여성은 물론 남성들 사이에서도 필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최근 필러 시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 중 30% 정도가 남성”이라고 말했다.

그림자 의사(셰도우 닥터)와 부작용 등 성형수술 관련 부정적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수술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술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 것도 필러 시장을 키우고 있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이다. 환자가 줄어 울상이던 개원 성형외과나 피부과도 이른바 ‘쁘띠성형’ 환자 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며 시장 확대에 한몫 하고 있다. ‘쁘띠성형’이란 피부 절개나 출혈 없이 주사처럼 간단한 요법으로 외모를 바꾼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하지만 쁘띠성형도 경험이나 해부학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의료인이 시술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병원을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혈관과 신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얼굴에 주사바늘을 잘못 찌르면 자칫 피부 괴사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 반재상 바노바기성형외과 원장은 “한번 맞은 부위에 무리하게 반복해서 맞으면 피부가 되레 울퉁불퉁해질 수 있다”며 “시술 시기나 간격, 횟수, 용량 등을 성분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필러와 함께 쁘띠성형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보톡스(보툴리눔 톡신)는 필러에 눌려 성장세가 주춤하다. 2009년 500억원대를 넘어선 국내 보톡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750억원대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필러 시장 규모가 보톡스를 추월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보톡스 시장에선 이미 3, 4년 전부터 국내 제품이 해외 제품을 제압해 국산 ‘메디톡신’이 1위를 지키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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