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연구비를 빼돌리거나 자신이 만든 교재를 강매하는 등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는, 범죄에 가까운 횡포마저 저지르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사립대 경영대학원 송년회에서 A 교수는 “학교와 학과를 홍보하려고 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표지모델로 실렸다”며 주간지 500부를 졸업생들에게 구매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은 300만원을 내면 표지 모델로 실어주겠다는 제의에 A 교수가 돈을 내고 산 인터뷰였고, 이 잡지는 A 교수에게 팔 목적으로 500부만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A 교수의 제자 B(31)씨는 “순전히 본인 홍보 위해서 돈을 내고 인터뷰해 놓고는 금전적 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겼다”며 씁쓸해했다.
2012년 지방 사립대 치과대학의 개강 날 C 교수는 전공 및 실습 교재라며 흑백 복사물 묶음을 수강생 수만큼 들고 왔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이 교재들을 선배에게 물려 받은 D(23)씨도 10만원을 내고 살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모두 교재를 구입할 때까지 C 교수는 “교재 준비가 되지 않으면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수업시간마다 전공과는 상관없는 자기 자랑만 늘어놓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과대표가 책값을 모두 걷어 C 교수 계좌로 입금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휴강이 이어졌다.
‘종이뭉치’ 교재 전 범위를 대상으로 치른 시험에는 고교 시절 생물을 배운 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정답을 맞힐 수 있는 객관식 6문제가 나왔다. D씨는 “성적이 전적으로 교수 재량에 맡겨져 있어 돈을 내지 않고 버티다 교수 눈 밖에 나면 낙제점을 받고 유급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학생들은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은 교수가 기업들에게 받아온 연구과제에 참여하다가 돈도 받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는 일이 잦다. 국가 연구과제는 석사 180만원ㆍ박사 250만원 등 인건비가 책정돼 있고 연구비에 대한 감사를 받기 때문에 그나마 교수를 견제할 수 있지만, 기업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프로젝트는 감시장치가 없다. 교수가 총 금액 내에서 용도에 구애 받지 않고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대전의 한 국립대 교수는 연구에 필요하다며 자신의 대전 숙소와 서울의 집에 고액의 컴퓨터 등 장비를 구입했다.
이렇게 연구비가 빠져 나가면 대학원생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제 몫의 인건비를 받지 못한다. 학위를 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에 무상으로 노력봉사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는 셈이다. 공대 대학원생 E(25)씨는 “기업 관련 프로젝트는 이미 개발돼 있는 기술들을 변형해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논문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프로젝트에 시달렸는데 논문에 도움도 안되고, 금전적 이득은 교수가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프로젝트 참여를 꺼리는 대학원생들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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