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동료 고발한 사람으로 낙인, 학맥 영향력 커 자기 식구엔 온정적
"교수와 관계 틀어지면 끝" 대학원생들도 알면서도 입 닫아

연구윤리 위반과 전근대적 사제관계 등 교수사회의 구태가 모든 교수들에게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교수들 중에는 학생들의 논문 지도와 수업 준비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바치면서 깐깐한 윤리적 잣대를 견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이들조차 동료 교수의 문제는 지적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기 십상이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도 관련은 있으나,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지는 못한다는 점이 나쁜 관행이 유지되는 데에 결정적이다. 특히 교수사회가 같은 분야 전공자들끼리 좁은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회이기에 더욱 그렇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문제를 언론에 공개한 제자의 경우를 예로 들며 “내부 고발자가 한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 (대학사회에서) 대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적한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수 있고, 내부 고발자가 오히려 스승을 팔아 넘기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돼 버릴 수 있으니 감당해야 할 손실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교수가 되기까지, 또 교수가 된 이후 연구성과를 내고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에도 지도교수를 비롯한 학맥의 영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료, 선배 교수에 대한 문제제기가 쉽지 않다.
전문지식을 갖고 있고 자율성이 높은 전문가 집단일수록 기존의 틀을 깨는 일이 힘들다. 교수들 스스로 기득권을 당연시하는 풍토도 만연해 있다. 잘못이 폭로돼도 교수들은 “그 정도는 관행적으로 통용되는 것 아니냐”며 용인하여 감싸는 경우가 많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조계ㆍ의학계 등 다른 전문가 집단과 마찬가지로 대학교수들도 집단 내 구성원들의 흠결에 온정적이다”라며 “국가 권력과 사회 부조리에 감시의 날을 세우는 것을 지식인의 특권이라고 여긴다면 그 기준을 동일하게 교수사회에 적용해야 자정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위를 따야 하고 교수 자리를 얻어야 하는 대학원생의 입장에선 애초부터 교수와 수직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자기 지도교수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면서도 입밖에 내기 어렵다. 한 사립대 교수는 “지도교수들이 몇 안 되는 교수 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얻어주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교수 자리에 앉지 못하게 하는 힘은 갖고 있으니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립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이모(28)씨는 “공대 같은 경우 해당 학과에서 유명한 교수라면 업계에서도 다 알고 긴밀하게 산학협력을 하는데, 교수와 관계가 틀어지면 학업을 중단하더라도 취업조차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지도교수의 문제가 적발돼 떠나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사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현모(27)씨는 “교수가 징계를 받거나 학교를 떠나면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를 새로 찾아야 하고 학위 일정이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문제가 있어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하거나 학계에 계속 남을 수 있다면 누가 나서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겠냐”며 “문제가 제기된 구성원은 교수사회 스스로 자율적으로 퇴출시키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공익제보자 보호 제도 같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호기 교수는 “교수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 제도적 규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식인으로서 자기 계몽, 자기 혁신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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