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한 7ㆍ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어제까지도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진통이 계속되고 있어 유권자들의 정치혐오와 선거무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원칙도, 기준도 찾아볼 수 없는 혼란 그 자체라 지역 유권자를 들러리 정도로 여기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잡음과 진통의 배경은 상당 부분 전략공천에 있다. 여야가 선거경쟁력만 앞세워 무리한 내리꽂기를 하다 파열음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렇다. 애초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을 느닷없이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해 당내 분란을 키웠다. 여기에는 광산을에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후보자로 전략공천 하려는 지도부 의중이 작용했다. 선거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볼 때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텃밭인 광주를 삼은 것 자체가 맞지 않다. 고심하던 권 전 과장의 공천이 어제 확정됐지만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의 수사 방해를 폭로한 의도가 의심받고, 여권의 공격 대상이 될 게 뻔하다. 당내 일각에서 이런 점을 들어 권 전 과장 공천을 반대해왔고, 경선을 준비하던 예비후보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지도부의 어설픈 공천전략으로 동작을 지역위원장을 지낸 허동준씨가 8일 기 후보자의 출마 회견장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20년 동지라는 486 운동권의 민낯을 드러냈다. 동작을 출마를 준비했던 금태섭 대변인도 수원영통에 전략공천으로 돌리려다 당내 반발에 부딪혔고, 본인 역시 거부하면서 공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도 동작을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전략공천하려다 김 전 지사의 고사로 결국 중구가 지역구인 나경원 전 의원에 매달리는 촌극이 빚어졌다. 평택을에 공천 신청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탈락시킨 뒤 수원영통에 전략공천한 당의 명분도 그때그때 달라져 뒷말이 많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경선에서 1위를 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충남 서산ㆍ태안 후보자로 결정했다가 어제 공천위원회에서 다시 심의해 부장검사 출신인 김제식 변호사로 바꾸기도 했다. 그림 로비 등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2년간이나 해외도피 행각을 벌였던 부도덕한 처신 등을 이유로 당 비대위에서 재의를 요구했고, 비리에 무감각하다는 비평과 국민정서를 뒤늦게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이번 재보궐 선거가 중대한 정치지형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여야가 성패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지역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들의 돌려 막기나 낙하산 공천이 횡행하고, 당내 갈등이 여과 없이 분출되는 혼란상은 과거 정치행태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느니,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느니 하던 그간의 꿀 발린 말들이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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