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을 지역구가 7ㆍ30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지만 정작 지역민들의 정서는 싸늘했다. 여야가 모두 이 지역구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 후보를 전략공천한 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천과정에서 후보들끼리 충돌하는 추태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동작구 사당동 일대에 걸쳐 있는 동작을 지역구 주민들은 9일 “이게 새정치냐” “동작을이 무슨 ‘철새’ 정치인 도래지냐”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부분 주민들은 새정치연합의 공천 내홍을 비판했다. 사당동 주민 김춘례(69)씨는 “20년 가까이 지역을 위해 일해온 사람은 빼놓고 이름도 낯선 사람에게 공천을 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공천에서 배제된 새정치연합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두둔했다. 자영업을 하는 흑석동 주민 이모(57)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구청장 후보자를 느닷없이 다른 사람을 내려 보내더니 이번에도 그런다”며 “새정치연합 하는 꼴을 더는 못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이 나경원 전 최고위원을 전략공천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흑석동에 거주하는 신진희(35)씨는 “여당의 이름있는 주요 정치인이 나서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항간에는 철새 정치인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흑석동에 사는 원모(65)씨는 “정몽준 전 의원도 그렇고 나 전 최고위원도 동작에 무슨 연고가 있느냐”며 “지역개발에 도움이 된다고들 하는데, 그 동안 흑석동이 바뀐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여야가 필요에 따라 지역일꾼이 아닌 유력 정치인을 전략공천을 거듭한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분당사태로 갈라선 민주당 소속의 현역 의원이던 유용태 당시 원내대표를 잡기 위해 이계안 전 현대차 회장을 전략공천해서 성공을 거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울산에서만 5선을 했던 정몽준 전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통합민주당의 정동영 전 의원을 눌렀다.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이계안 전 의원을 다시 전략공천 했지만 정몽준 전 의원에게 패했다.
정몽준 전 의원이 당선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동작 을은 야권 강세지역을 분류됐다. 6ㆍ4지방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가 57.9%를 얻어 새누리당 정 전 의원(41.4%)을 16.5%포인트 이상 앞섰고, 구청장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 이창우 후보가 상대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54.2%를 득표해, 박근혜 대통령(45.4%)을 9.8%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여야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의당에서 노회찬 전 의원이 출마하는 등 야권 후보만 5명씩 난립한데다 나 전 최고위원의 대중성이나 인지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흑석동 주민 안모(49)씨는 “인물로만 보면 노회찬 후보가 제일 나은데, 당선 가능성은 솔직히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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