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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용서’는 없다

입력
2014.07.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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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라는 말에는 간혹 스스로 용서하고 끝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김기춘(왼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청와대발 인사 파동에 대해 “인사가 잘되고 못되고 하는 것의 책임은 전적으로 인사위원장인 비서실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내 탓”이라는 말에는 간혹 스스로 용서하고 끝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김기춘(왼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청와대발 인사 파동에 대해 “인사가 잘되고 못되고 하는 것의 책임은 전적으로 인사위원장인 비서실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단죄는 판사나 신의 몫이다. 하지만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거다. 셀프 용서란 건 없다. 듣는 이가 허망한 제 탓은 그래서 수상하다. 사과는 고해가 아니다. 국민은 면책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람이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이 ‘내 잘못입니다’인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20여년 전 천주교가 벌였던 ‘내 탓이오’ 운동은 지금 돌아봐도 대단했다. (…) 그러나 진정한 ‘내 탓’은 말보다 행동과 실천으로 완성된다.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제 국회에 나와 ‘인사가 잘되고 못되고 하는 것의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했다. 언뜻 보면 허심탄회한 ‘내 탓이오’ 같은데 어딘가 이상하다. 잘못의 원인이 뭐고 어떻게 고치겠다는 얘기도 없고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얘기도 없다. (…) 그러고 보니 청문회에 나온 몇몇 장관 후보자도 말로만 ‘제 불찰’이라며 빠져나간다.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면죄부를 발행하는 꼴이다. 남 탓을 하거나 발뺌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이러다가 ‘내 탓이오’가 처세나 정치 수단이 돼버리는 건 아닐까.”

-말뿐인 “내 탓이오”(조선일보 ‘만물상’ㆍ김태익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이탈리아의 조르조 키엘리니는 얼마 전 월드컵 경기에서 자기 어깨를 깨문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를 용서했다. 키엘리니는 ‘그 일은 경기장에서 이미 끝난 일’이라며 국제축구연맹의 징계가 ‘가혹하다’고 가해자를 감쌌다. (…) 그러나 피해자의 용서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처벌은 피할 수 없다. 피해자에게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밀양’에서 전도연은 아들 유괴범을 용서해 주기로 마음먹고 교도소를 찾았다. 그런데 범인은 “주님의 이름으로 참회했다”면서 “주님의 용서와 사랑 속에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용서한 적이 없는데 가해자가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스스로 용서한 것이다. (…) 인간은 자기 의지를 지닌 존재다. 피해자에게 불처벌 자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용서할 자격은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용서할 자격을 신에 의해 박탈당했다면 그건 인간이라기보다 벌레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축구장의 용서(6월 30일자 경향신문 ‘여적’ㆍ이대근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대통령의 비선(秘線) 핵심으로 지목된 정윤회가 결백을 호소했다.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서다. 청와대발 인사를 그가 주도한다는 세간의 소문이 허구란 주장이다. 억울일까 충성일까.

“한국 정치에는 ‘그림자 실세’가 있었다. (…) 이 정권에서도 그림자 얘기가 나온다. ‘제3의 사나이’가 대통령에게 자료를 주거나 인물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드러난 실체는 없는데 소문은 날로 커진다. 소문의 주인공은 정윤회다. 그는 1997년부터 10년간 정치인 박근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2007년 자신이 최태민 목사의 사위라는 게 불거지자 그는 비서실장을 그만뒀다. 최 목사는 70년대 ‘박근혜 영애’와 밀착했던 인물이다. (…) -청와대 바깥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가. ‘(…) 대선 이후 내가 박 대통령과 접촉한 건 당선 후 대통령이 나에게 전화를 한 번 한 게 전부다. (…)’ -당신이 비서실장이던 시절 보좌진으로 발탁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지금 청와대 3인방으로 불린다. 이들과는 접촉하나. ‘접촉 없다. 인간적인 정의(情誼)로 보면 이들이 나에게 연락하는 게 도리인데…. 나는 섭섭하다.’ -당신이 서울고를 나왔고 그 학교 출신들을 장관으로 추천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 학교를 나온 문창극 총리 후보자도 당신이 추천했다는 말이 있다. ‘(…) 나는 서울고를 나오지 않았다. (…)’ -‘그림자 실세’ 소문은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야당 의원은 나와 박 회장, 그리고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이름을 따서 ‘만만회’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설이다. (…)’ -근거 없는 공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건가. ‘(…) 신설되는 특별감찰관이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든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해 달라. ‘박근혜 비서실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모든 걸 조사해도 좋다. (…) 비서실장 때나 그 이후나 잘못이 있으면 감옥에 가겠다. 하지만 내가 결백하면 헛소문으로 나를 공격하는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 (…) 조사 결과 정씨가 옳으면 ‘싸구려 공세’를 벌인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반대로 그가 거짓말을 하면 박근혜 정권은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나는 떳떳하니 모든 걸 조사하라”(중앙일보 ‘중앙시평’ㆍ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 전문 보기

“1968년 대선에서 당선된 리처드 닉슨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알고 있던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 하지만 닉슨은 언론을 기피하고 남을 의심하는 피해망상 증상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밥 할데먼, 존 얼릭먼 등 캘리포니아 출신 핵심 측근들만 신뢰했다. 자연히 백악관에는 ‘인(人)의 장막’이 생겼고, 공작정치의 음습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결과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이었다. (…) 특정한 인맥이 대통령 주위에 들어서서 장막을 치는 정권은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 주변의 몇몇 측근이 정권의 ‘실세’라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매우 불길하다. 워터게이트 같은 음습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매사를 자기가 챙기고 결정하려는 만기친람형 대통령은 100% 실패하게 되어 있다. 대통령은 유능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하고, 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실패한 대통령에게서 배워라(경향신문 기명 칼럼ㆍ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 전문 보기

법은 이념형에 가깝다. 저자에서 염결(廉潔)만 요구하기 어려운 법이다. 법이 포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관행이 된다. 면죄부도 딸린다. 문제는 발급 기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사실이다.

“장관 후보자들 대부분이 불법, 비리, 부패와 연루되어 있다고 보도되었다. 그래도 다들 자진사퇴 없이 꿋꿋이 인사청문회까지 왔다. (…) 내 보기에 그들의 변명 가운데 진심을 담고 있는 말은 오직 “관행이었다”는 것뿐이다. (…) 관행의 공범의식에 자신을 맡기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관행과 무관한 고결한 기준을 들이대지도 않으려면 관행 자체 안에 선을 그어 넣어야 한다. (…) 많은 이들이 언론보도를 보며 생각했을 것이다. ‘다운계약서, 그때는 많이들 그랬지. 하지만 땅투기하고 문제되니 냉큼 고추를 몇 그루 꽂아 놓는 건 너무한 거 아냐. 군복무 중에 대학원 다니는 것도 좀 그런데 유학까지 가는 건 너무한 거 아냐. 사외이사 좋지. 그래도 거수기 노릇에 수당을 수천만원씩 챙기는 건 너무한 거 아냐. 제자랑 공동저자면 됐지, 제1저자는 너무한 거 아냐. 그것도 10건 넘게.’ 이런 ‘너무했다’는 판단은 장관 후보자들이 사람들 마음속 선을 넘었기 때문에 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들이 대중의 마음속 선을 넘은 이유는 자신들의 마음속 선이 그것에서 한참 먼 데 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간극을 우리 대통령은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와 대중의 기준선 탓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맞는 방향은 엘리트들의 기준선을 대중 가까이 당겨오는 것이다.”

-“당신도 인사청문회에 설 수 있습니다”(한겨레 ‘세상 읽기’ㆍ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 전문 보기

“교수도, 학위를 받은 사람도, 학위를 수여한 대학도 표절 시비가 붙으면 궤변이다. ‘관행이다’라는 변명이 가장 많다. (…)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표절, 제자 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부당 수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김 후보자의 답변은 ‘관행 또는 단순 실수’로 “당시 학계 문화에 비춰볼 때 큰 하자는 없다”는 것이다. (…) 국회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 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검증받는 제도다. (…) 16대 국회 때 처음 도입된 이후 그 과정에서 낙마한 사람도 많다. 특히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06년 8월 8일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임명 13일 만에 사퇴했다. (…) 철저히 검증하는 것은 이들의 역할이다. 청문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잣대는 같아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논문의 기초와 교육 수장의 자격(중앙일보 ‘왕상한의 왕직구’ㆍ비상임논설위원(서강대 교수))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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