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받지 못한 월드컵’…곳곳 시위ㆍ폭력사태도
자긍심이 무너진 브라질 축구팬들이 거리로 나섰다. 월드컵 기간 잠잠했던 시위와 폭력사태가 다시 벌어졌다.
자국 축구 대표팀이 9일 독일과의 4강전에서 1-7의 믿기 힘든 참패를 당하자 브라질 전국은 일순 ‘통곡의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 있던 관중은 물론 거리 응원전 ‘팬 페스트’(거리응원)에 참여한 축구팬들도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현지 언론들은 “최악의 수치”라고 질타하는 가운데 수많은 축구팬들이 절규하며 패배의 아픔을 삼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애초부터 ‘환영 받지 못한 월드컵’이었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데 약 258억 헤알(약 12조원)을 지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대도시 정비에 81억 헤알, 경기장 건설에 80억 헤알, 공항 확충에 63억 헤알을 썼다. 정부는 민간자본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국영은행, 주정부, 연방정부, 시정부가 비용의 86%를 책임져야 했다. 시민들은 교육, 의료, 복지 등 공공 서비스에 들어갈 돈이 월드컵 유치에 ‘낭비’됐다고 생각해 대회 1년 전부터 극심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브라질 국민은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대표팀을 목청껏 응원했다.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축제를 즐기며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8강전까지의 흥행 기록이 역대 2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매 경기 평균 5만2,782명의 관중이 빼곡히 들어찼다. 하지만 결승 진출은 고사하고 6점차의 치욕스러운 패배를 당하자 잠재된 반정부 정서가 다시 폭발했다. 당국은 경기 종료 직후인 오후 7시20분께 상파울루 곳곳에서 버스 방화가 잇따랐다고 발표했다. 무려 20여대의 버스가 불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지역에서 상가가 주민들의 공격을 받았고, 경찰은 대형 전자제품 매장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약탈행위를 벌이던 주민 수십 명을 체포했다.
미네이랑 경기장에서는 전반전이 끝나는 순간 쓰레기통을 집어 던지며 항의하던 관중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최소한 4명이 체포됐다. 경기장에 있던 한 중년 여성은 참패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기도 했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된 팬 페스트에서 역시 다수의 축구팬이 소동을 부렸으며, 경찰은 최루액을 쏘며 강제로 해산시키기 바빴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를 통해 “브라질 각지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지 체류중인 국민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바깥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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