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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뱃살

입력
2014.07.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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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고개를 넘어서는 남자들에게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것이 바로 뱃살이다. 뱃살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비애와 통제되지 않는 일상의 해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복부에 군살이 없는 연예인들의 복근을 보면서 건강함에 대한 이데아를 그려본다. 그런 복근을 갖기 위해 저마다 노력을 한다. 내게도 뱃살을 관리하는 나름의 비법이 있는데, 그것은 특별한 것은 아니고 평소 길을 걸을 때 빠른 속보로 걷는 것과 계단을 오를 때 한꺼번에 두 계단씩 오르는 것이다. 내가 실제로 배에 손바닥을 대고 빨리 걸어도 보고 보통 속도로 걸어도 보았는데, 빨리 걸을 때 복부에 경직이 훨씬 강하게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이 경직은 아마도 지방분해를 촉진시키리라. 마찬가지로 지하철 역내나 빌딩에서 계단을 이용할 때(난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웬만해선 이용하지 않는다) 한 계단이 아니라 두 계단씩 한꺼번에 오르면 복부에 훨씬 힘이 들어간다. 언젠가 5층짜리 건물을 올라갈 때 배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계단을 올라봤는데, 한 계단씩 올라갈 때보다 두 계단씩 올라갈 때 배에 훨씬 단단한 압력이 가해지는 게 느껴졌다. 사실 뱃살이 없으면 여러 가지로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뱃살이 넉넉한 인품의 상징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기엔 경쟁과 생존의 정글 속에 있는 우리 현실이 녹록치 않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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