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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日中 두마리 토끼 잡기

입력
2014.07.0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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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8일 호주를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향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 중국이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최근 집단적 자위권 허용에 대해서도 아베가 사용하는 표현 그대로 “정상국가”가 된 것을 환영한다며 반겼다.

호주는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을 저버리고 대중 견제의 선봉에 서 있는 일본과 보조를 맞추기로 결심한 걸까. 그렇지 않다. 아베 옆에서 애벗 총리는 간접적이지만 중국을 향한 배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호주는 일본과 중국을 다 함께 끌어 안으려 하고 있다.

애벗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허용에 대해 “일본이 국제평화를 위해 더욱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국가 집단의 정상 국가가 된 것”을 환영할 만 하다고 말했다. 애벗 총리는 또 일본을 “70년 전 전쟁시기에 무엇을 했느냐 보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전후 모범적인 세계 시민”이라고 칭찬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수도 캔버라에서 회담한 뒤 ‘방위장비품의 기술 이전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물이 선박에 주는 저항력 등을 조사하는 유체역학 공동 연구를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호주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의 잠수함 기술을 배우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회담에서는 방위ㆍ안보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며 중국 견제에도 뜻을 모았다. 경제부문에서는 양국 경제동반자협정(EPA)에 서명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기 타결에 협력하기로 했다.

아베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견제 발언을 빠뜨리지 않았다. 양국을 “새롭고 특별한 관계”라고 정의한 뒤 “동중국해 등에서 중국이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시도하는데 대해 논의했다”며 “중국이 역내 과제에 건설적이고 협력적인 역할을 다할 것을 강하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주와 일본, 미국과 호주, 일본의 공동훈련이나 인적 교류 확충에 노력한다”며 대중국 포위망을 엮어내는데도 비중을 뒀다.

지난해 9월 보수연합을 이끌고 6년 만에 노동당에게서 정권을 되찾은 애벗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일본을 “아시아의 친구”라 부르며 ‘친중파’로 여겨지던 케빈 러드 전 총리와 비교되는 모양새를 연출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로서도 경제관계에서 일본 보다 우위에 있는 중국을 일본 하듯 몰아세우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호주와 일본의 파트너십이 누군가에 대항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한 것이 그런 속내를 잘 보여준다. 기자회견 중에는 “오랜 친구를 잃지 않고도 새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호주의 방식은 일본,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과도 무슨 일이든 함께 할 기회를 넓혀가겠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다. 하와이 주변 해역에서 실시 중인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합동군사훈련(림팩)에 중국의 첫 참가를 거론하면서 중국이 참가하는 이 같은 체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호주는 중국과도 올해 안에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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