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쇼크 왜
재고 마케팅 비용·원高도 영향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중국 저가폰에 발목을 잡혔다.
삼성전자가 8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7조2,000억원에 그친 것은 중국 내 휴대폰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의 저가폰 공세에 밀려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다 보니 재고가 쌓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전체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연간 4억대 이상 팔리는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중국에서 샤오미(小米) 등 현지업체들은 30만원 미만의 저가 스마트폰으로 가격 공세를 펴고 있다. 샤오미의 대표적 보급형 스마트폰 ‘홍미’(紅米)는 액세서리 포함해 5만원대, 고급형 스마트폰‘미3’도 30만원대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를 약 70만원 대까지 낮춰 대응에 나섰지만 가격 경쟁에서 밀려 재고가 쌓일 수 밖에 없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를 더 끼워주는 ‘1+1’행사를 하거나 제조사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마케팅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의 저가폰과 가격으로 싸우기는 힘들다”며 “이번 실적악화는 중국에서 중저가폰이 무너진 게 가장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믿었던 유럽 휴대폰 시장에서도 갤럭시S5 등의 판매가 늘지 않았다. 유럽 휴대폰 시장의 문제는 역설적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약 50%에 육박하는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현지 이동통신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구입을 줄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이통사들은 특정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끌려 다닐 수 있다고 보고, 의도적으로 주문을 줄인다”며 “삼성전자처럼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르면 현지에서 더 이상 시장 확대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국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중국과 프리미엄폰이 잘 팔리는 유럽에서 휴대폰 판매가 부진하다 보니 영업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사업이 삼성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어서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준 것”이라며 “반도체와 생활가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5,6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7,8인치 태블릿PC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달러와 유로화 및 대부분 신흥국 통화에 대해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된 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만일 휴대폰 사업이 한계에 봉착한다면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이익을 늘릴 만한 새로운 동력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지금 상태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구조적 문제가 아닌 휴대폰 재고를 줄이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3분기에는 원화 절상도 제한적이고, 스마트폰 판매가 늘면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재고 소진도 마무리 돼서 더 이상 관련 비용 지출은 없다”며 “3분기에 프리미엄 태블릿 갤럭시탭S,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 등 신제품을 통해 시장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3분기 최대 복병은 애플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9월께 아이폰6를 내놓을 예정인데 5인치 대화면을 장착할 예정이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5를 위협하는 최대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6가 부담스러운 상대인 점은 사실”이라며 “아이폰6 판매 초기 시장에서 얼마나 큰 호응을 얻는지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어닝 쇼크에도 불구하고 4월 이후 꾸준히 하락조정되면서 기대치가 낮아진 상태여서 오히려 나흘 만에 반등하며 전날보다 0.23% 오른 129만5,000원에 마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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