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부대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강원도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에서 군의 한심한 대응 조치가 연일 드러나고 있다. 총기난사 이틀 전에는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최전방초소(GP) 부근까지 침투한 사실이 확인됐다. 군의 허술한 경계태세와 기강해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군이 지난달 19일 경기 파주지역 비무장지대에 침투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이들은 아군 GP와 GP사이에 위치한 철책에 설치한 귀순자 유도벨과 귀순 안내 표지판을 뜯어 북으로 도주했다. 우리 군은 뒤늦게 기관총을 발사하고 추격했으나 이미 달아난 뒤였다. 군은 “북한군이 담력 강화 훈련 차원에서 이런 식의 침투 훈련을 실시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지만 경계태세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분명하다. 만일 북한군이 GP까지 접근해 기습공격을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총기난사 사고 직후 현장대응을 책임졌어야 할 소초장이 현장을 이탈한 것은 군의 기강해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군 검찰에 구속된 소초장 강모 중위는 사건 당시 주간 상황근무였으나 소초장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총 소리가 나자 현장으로 달려가기는커녕 도보로 20~30분 거리인 인근 소초로 몸을 피했다. 그 사이 부하사병들은 수류탄과 총탄에 맞아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총기보관함 열쇠를 관리하는 강 중위가 피신하는 바람에 소초원들이 열쇠를 찾느라 허둥지둥하다 피의자 임모 병장을 검거할 시간마저 놓쳤다.
총기난사 사건 처리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어이없는 작전 실태만으로도 탄식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다. ‘진돗개 하나’ 늑장 발령과 수색팀의 오인사격, 임 병장과의 최소한 세 차례의 조우, 후송 헬기의 뒤늦은 도착, 가짜 임 병장 소동과 메모 비공개 논란 등 부실 대처와 의혹은 끝이 없다.
군의 모습이 이렇게 한심하게 일그러진 데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책임이 크다. 3년6개월 동안 국방장관의 자리에 있었던 김 전 장관은 임기 내내 “싸우면 이기는 전투형 군대 육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전략이 없는 말뿐인 구호였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도 김 전 장관은 현재 정부의 안보사령탑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고 있다. 허약하기 짝이 없는 군을 만든 데 대해 뭔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여태껏 한 마디 입장 표명도 없다. 신임 한민구 국방장관의 가장 큰 과제는 흐트러진 군의 기강을 다잡는 일이다. 군을 정예화하고 합리적인 병영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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