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제기 기자의 CineMania]
7일까지 422만명 기록 '신의 한 수'에 흥행 1위도 내 줘
액션만 앞세운 빈약한 스토리… 제작진 자만이 관객 외면 불러
대이변이자 굴욕이다. 수세에 몰렸던 충무로로서는 절묘한 신의 한 수가 작용한 꼴이고, 할리우드 입장에선 체면을 제대로 구길 일이 벌어졌다. 한국영화 ‘신의 한 수’가 예상을 뛰어 넘어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트랜스포머4)의 흥행세를 누르자 극장가에는 웃음과 한숨이 교차하고 있다. 잔뜩 주눅 들어있던 영화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올리는 반면 기세등등했던 영화인들은 풀이 죽은 모양새다.
7일 ‘신의 한 수’는 15만7,489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하며 일일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2위인 ‘트랜스포머4’(7만256명)보다 두 배 많은 관객을 모았다. ‘신의 한 수’는 개봉일(3일)부터 파란을 일으켰다. 극장가에 나서자마자 ‘트랜스포머4’를 눌렀다. 4일에도 일일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주말 ‘트랜스포머4’가 반격에 나섰으나 이미 기운 흥행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가족 관객을 등에 업은 ‘트랜스포머4’는 일요일(6일)에만 37만3,249명이 봤다. 청소년관람불가인 ‘신의 한 수’(35만5,826)를 간신히 눌렀다. 흥행 기 싸움에서 패한 셈이다.
‘트랜스포머4’는 7일까지 422만7,097명을 불러모았다. 아무 영화나 쉬 이뤄낼 성과는 아니다. 그러나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과거 흥행 성적표를 따지면 초라해진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매번 700만명 고지를 넘어섰다. 새로운 영화가 나올수록 관객이 조금씩 더 늘었다. ‘기본 흥행이 700만인 영화’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지금 흥행 추세라면 ‘트랜스포머4’는 시리즈의 ‘700만 전통’을 이어가지 못한다.
굴욕은 예고됐다. 자만이 자멸을 불렀다. 출연진을 죄다 갈아치우고 새로운 로봇 캐릭터를 투입했으나 이야기는 빈약하고 빈약했다. 로봇들의 화려한 액션만으로도 관객들은 164분 동안 충분히 즐거우리라 착각한 듯하다.
감독 마이클 베이는 대가나 거장이란 수식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그의 상업영화들은 관객의 가슴을 쥐고 흔드는 극적 순간들을 담고 있었다. ‘더 록’(1996)과 ‘아마겟돈’(1998), ‘아일랜드’(2005) 등이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요인일 것이다. “요즘 영화는 시시해서 탈이야. 온통 속편이나 리메이크뿐이잖아”라는 대사가 ‘트랜스포머4’에 등장한다. ‘신장개업’한 ‘트랜스포머4’가 여느 할리우드 속편 영화나 리메이크 작품보다는 우월하다는 자부심의 표현으로 읽힌다. 오만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개봉할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 ‘트랜스포머3’가 개봉했을 때 수도권의 한 멀티플렉스는 하루 종일 이 영화를 상영해 국내 영화인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연하다는 듯 많은 영화들이 ‘트랜스포머4’를 피해 개봉시기를 정했다.
극장가에 영원한 강자는 없고 불변의 흥행 법칙도 없다. ‘트랜스포머4’ 뿐만 아니다. 브라질 월드컵 여파로 관객 축소를 우려했던 영화인들은 기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지레 겁먹었다” “월드컵 기간이 오히려 기회였다”는 말이 나온다. 틈새를 파고든 ‘신의 한 수’가 시장의 승자가 되는 분위기다. 더위를 피해 볼만한 한국영화를 찾던 성인 관객들을 겨냥한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흥행대전을 앞둔 여름 초입, 극장가는 벌써부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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