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 잠정 개표 결과 발표
압둘라 측 "국민 뜻 반하는 쿠데타" 유엔 감시하에 재검표 주장
선관위원장도 부정 투표 의혹 인정
재검표나 정치적 합의 안되면 종족간 유혈충돌·탈레반 부활 우려
아프가니스탄 대선 결선투표 잠정 개표결과 아슈라프 가니 후보가 56%의 득표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던 압둘라 압둘라 후보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개표 결과에 불복하고 나서 상당한 정국 혼란이 예상된다.
압둘라 후보 측 무지브 라만 라히미 대변인은 8일 “잠정 결과 발표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쿠데타”라며 “우리는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가니 후보가 56.44%의 득표율로 승리했다는 중앙선관위 발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차 선거 당시 45.00%의 득표율로 가니(31.56%)를 제쳤던 압둘라 후보는 잠정결과 발표 전 이미 100만표 이상 뒤질 것으로 예상하고 부정선거 주장을 계속해왔다. 압둘라는 중앙선관위 사무국장이 ‘투표함에 불법 투표용지를 넣으라’고 지시하는 듯한 음성 파일을 공개하며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같은 파슈툰족인 가니 후보와 결탁해 부정행위를 눈감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선관위 사무국장은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항변하면서도 결국 사임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당초 2일 예정됐던 잠정개표 결과 발표도 전체 2만3,000여 투표소 중 1,930여 곳을 재검표하면서 7일로 연기됐다.
잠정 개표결과를 보면 순수 파슈툰족인 가니 후보는 아프간 인구의 42% 가량을 차지하는 다수 종족 파슈툰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파슈툰-타지크 혼혈인 압둘라 후보는 1차 투표 우세에도 불구하고 종족 대결 구도를 넘어서진 못한 셈이 된다. 가니 후보는 우즈벡족 출신 군벌인 압둘 라시드 도스툼을 부통령 후보로 영입해 우즈벡족 표도 일부 흡수했다. 오랜 해외생활 및 관료(재무장관)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려고 서민들에게 다가가는 이미지를 보여준 점도 표를 얻는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압둘라 후보가 주장하는 대로 이번 선거에서 상당한 부정이 있었다는 점을 중앙선관위원장조차 인정하고 있다. 아흐마드 유수프 누리스타니 위원장은 전날 가니 후보의 승리를 발표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주지사나 공무원, 경찰 등이 연관된 부정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어 전체 800만 표 중 10만 표를 폐기했다”며 “모든 이의 제기를 검토한 뒤에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먼저 양측이 재검표에 합의에 그 결과를 따르는 경우다. 압둘라 후보는 허위 투표용지를 뭉텅이로 투표함에 넣는 대규모 부정투표 가능성을 제기하며 “투표소 1만1,000곳의 투표함을 유엔 감시하에 재검표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니 측도 투표소 7,000곳의 재검표에는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7,000곳은 전체 약 300만 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검표를 실시할 경우 22일로 예정된 최종결과 발표도 연기될 수 있다.
두 후보가 정치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가니 후보가 압둘라 후보에게 부통령 자리를 맡기며 정권의 일정 지분을 양보하면서 부정투표 의혹으로 인한 혼란을 덮고 넘어가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압둘라 후보가 대선결과에 끝내 불복할 경우다. 이렇게 된다면 타지크족 등 압둘라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거나 가니 후보를 지지하는 파슈툰족과 충돌, 아프간 정국이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양측간 갈등과 혼란을 틈타 한동안 조용했던 탈레반 세력이 활개칠 수 있고, 아프간 치안 유지 및 안정을 위해 향후 미군 주둔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미국ㆍ아프간 양자 안보협정(BSA)’ 체결도 미뤄질 수 있다. 아프간은 물론 국제사회도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함정한 외교부 서남아태평양과장은 “극악무도한 폭압통치를 일삼은 탈레반 세력의 부활은 아프간 국민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 후보가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갈등과 혼란을 종식할 것이란 관측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두 후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BSA 체결이 급한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나서서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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