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중항쟁의 진상을 종합적으로 기록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증보판이 초판 발간 30주년을 맞는 내년 5월 간행된다. 증보판 제작을 위한 비용은 시민들의 후원금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증보판 간행위원회(위원장 정상용)는 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위원회는 "우리 사회 보수화의 흐름을 등에 업고 일부에서 5월 항쟁의 북한 사주설을 제기하고 항쟁 참여자를 비하하는 등 5·18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5월 항쟁의 순수성을 국민 앞에 다시 한번 상기하고 퇴색해 가는 시대정신을 가다듬고자 증보판을 발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간행위원회는 "5·18 민중항쟁은 한반도 민주화 운동의 빛나는 금자탑"이라며 "5월 항쟁의 정신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영어본 등 외국어 번역본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초판 발간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이 책은 1985년 발간될 당시 집필자로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로는 조봉훈(전 광주시의회 의원) 정용화(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대표) 씨 등이 주도하여 여러 사람들이 자료 수집에 참여하였으며, 소준섭(국회도서관 조사관) 씨가 정리를 맡는 등 다수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황석영씨가 대표 집필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발간 즉시 집필자가 구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국제적으로 명망이 높은 작가를 골랐고 황씨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 실제로 책이 출간되자마자 황씨가 수사기관에 연행되고 풀빛출판사 나병식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 책은 제작도중 1만여권이 수사기관에 의해 압수됐지만 전국의 서점에서 비밀리에 팔리며 '지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일본어판과 영어판으로도 출간돼 세계에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알렸다.
증보판 간행위원회에는 황석영 박석무 정상용 원혜영 정용화 전계량 김상윤 이강 장하성 이부영 유인태 황주홍 최협 이재의 송선태 씨 등 72명이 참여했다. 미국 탐사보도 저널리스트로 광주항쟁 당시 미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 사이의 통신문건을 입수해 단독 보도했던 팀 샤록, 미국의 정치경제 평론가 더그 헨우드, 미국 월간지 더 프로그레시브(The Progressive)의 편집장 매트 로츠차일드 등 10여명의 해외 저널리스트와 학자 등도 증보판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시민들도 기금 후원을 통해 간행위원이나 후원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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