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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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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달구는 각색 무대들

웹툰 원작 사춘기 메들리

영화 옮긴 오싹한 연애

고전 재해석 바보 햄릿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연극 ‘사춘기 메들리’는 원작의 풋풋함과 감수성을 무대 위로 옮겨왔다. 팀플레이 제공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연극 ‘사춘기 메들리’는 원작의 풋풋함과 감수성을 무대 위로 옮겨왔다. 팀플레이 제공
영화에서 모티프를 딴 연극 ‘오싹한 연애’는 무대장치를 적극 활용해 연극이 가진 제약을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악어컴퍼니 제공
영화에서 모티프를 딴 연극 ‘오싹한 연애’는 무대장치를 적극 활용해 연극이 가진 제약을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악어컴퍼니 제공
시대에 따라 끊임 없이 변주돼 온 윌리엄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 소재로 다룬 각색극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극단 진일보 제공
시대에 따라 끊임 없이 변주돼 온 윌리엄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 소재로 다룬 각색극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극단 진일보 제공

어떤 이는 ‘7080 콘서트’를 보며 편안함을 느끼고, 또 어떤 이는 신작영화를 통해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다. 이처럼 방향성이 달라 보이는 문화 콘텐츠가 만나는 지점이 있다. 바로 각색 무대다. 올 여름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각색 연극은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을 타며 순항 중이다.

연극 ‘사춘기 메들리’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된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시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이들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키는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우정 회복이 주요 내용이다. 연극은 이 같은 줄거리와 상징적 소품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서 재현한다. 때문에 웹툰의 풋풋함을 라이브로 느끼고 싶은 관객이 주로 극장을 찾는다.

하지만 공간ㆍ시간적 제한 탓에 연극은 과감하게 원작을 축약한다. 공간적 배경을 교실과 논두렁 길로 한정하고 등장 인물도 6명으로 줄였다. 대신 빈 공간이 주는 헛헛함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무대장치로 채운다. 교탁이 자전거로 바뀌고, 책상과 의자가 가방으로 변하는 식이다.

원작을 각색한 박상준 연출은 “시골풍경을 온전히 무대에 불러 올 수 없어 이를 연극적 볼거리로 대체했다”며 “효율적 공간 활용과 장면 전환 등 무대 제약을 극복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원작과 대동소이한 ‘사춘기 메들리’와 달리 연극 ‘오싹한 연애’는 ‘귀신을 보는 여자 주인공과 마술사 남자 주인공 사이의 로맨스’라는 기본설정만 남기고 완전히 새로 구성했다. 연극을 기획한 손형민 프로듀서는 “로맨스와 호러가 혼합한 원작에 매력을 느꼈지만, 무대에서 재현하기에는 공간ㆍ시간적 제약이 너무 많았다”며 “무대에 맞는 설정을 찾기 위해 스무 번도 넘게 대본을 고쳤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연극 ‘오싹한 연애’는 무대가 가지는 한계를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귀신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연극적 약속을 관객에게 세뇌시킨 뒤 극 내내 이를 웃음 소재로 활용하고, 암전 상태에서 가짜 머리카락을 객석에 들이밀어 비명을 이끌어낸다. 원작의 익숙함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무대 위 낯섦이 가져오는 신선한 재미를 통해 전혀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무대 설정에 너무 치우친 탓인지 원작에 비해 서사가 빈약하다. 손 프로듀서는 이에 대해 “시즌2부터 기승전결을 탄탄하게 보완해 원작을 뛰어넘는 줄거리를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젊은 콘텐츠’를 원작으로 삼은 각색무대 사이에서 ‘고전의 재해석’으로 승부를 건 정통연극도 있다. 연극 ‘바보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한국사회에 대입한 작품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원작의 죽은 선왕으로, 3류 잡지사 기자가 햄릿으로 등장한다. 3류 잡지사 기자인 주인공이 데스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연극은 주인공의 꿈 속으로 주 무대를 옮긴다. 정신병원에 갇힌 주인공은 현대판 햄릿이 되고, 병원장과 간호사는 각각 클로디어스와 오필리어로 분한다. 셰익스피어의 옛 문장과 현대어로 순화된 대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을 통해 연극은 ‘햄릿’이 쓰인 봉건시대와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원작과 다른 설정도 눈에 띈다. 원작에서 선왕이 남긴 유언은 “나를 잊지 말라”지만 실제 노 대통령이 남긴 유지는 “나를 버리셔야 합니다”다. 연극은 이 간극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관객에게 “깨어 있는 시민이 되라”고 말한다. 극 말미 주인공이 데스크의 지시를 거부하겠다고 말할 때 그와 관객은 비로소 ‘바보’가 된다. ‘바보 햄릿’의 김경익 연출가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이미 수 차례 변주된 ‘햄릿’을 또 다시 무대에 올리는 이유”라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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