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내 이름 석자 각인 시키겠다”
왼손잡이 전형적인 파워 테니스를 구사하는 이소라(20)가 NH농협은행 유니폼을 갈아입고 출전한 첫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정식 입단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이소라는 6일 국제테니스연맹(ITF) 김천 서키트 3차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한나래(336위ㆍ인천시청)를 2-1로 꺾고 1년10개월 만에 자신의 두 번째 서키트 대회 우승고지에 올랐다. 2년여 가까이 챔피언트로피만 손에 넣지 못했을 뿐 이소라는 꾸준히 제 역할을 해왔다. 지난 5월에는 서울오픈 서키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이소라는 결승에서 반코바 카테리나(25ㆍ체코ㆍ267위)에게 1-2(7-5 5-7 5-7)로 아쉽게 역전패했다. 2012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DB코리아오픈에선 마리아 키릴렌코(27ㆍ러시아ㆍ93위)에게 기권 승을 따내, 대회 본선에서 1승을 거둔 첫 한국 선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고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소라는 삼성증권에 스카우트 되면서 김일순(45)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이소라는 “6년간 삼성증권이 제공해주는 풍족한 환경에서 원 없이 국내외 대회를 소화했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팀을 NH농협은행으로 옮기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NH농협은행 박용국(49) 감독은“이적 팀의 낯선 환경에 다소 움츠려 들 법도 하지만 이소라는 마치 자신의 옛 집에 온 것처럼 잘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소라 역시 “팀 분위기와 운동환경이 몸에 맞춘 옷처럼 잘 맞았다”고 표현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이소라의 다음 목표는 2개월여 앞으로 다가 온 인천아시안게임을 향해 있다. 이소라는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2회전 진출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메달권도 어렵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7일 현재 이소라의 단식 랭킹은 428위, 복식은 347위다. 국내선수 가운데 단ㆍ복식 모두 4위에 해당한다.
그는 롤 모델로 로저 페더러(33ㆍ스위스)와 2014 윔블던 여자 단식 챔피언 페트라 크비토바(24ㆍ체코ㆍ4위)를 꼽았다. “페더러에게 선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런 폼을, 크비토바는 같은 왼손잡이라는 점에서 정이 간다”고 말했다. 이소라는 “고교 2학년 때 호주오픈 주니어 단식에 출전했을 때 크비토바의 경기를 직접 본 이후로 그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키 172cm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소라의 포핸드와 백핸드는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네트플레이는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두뇌 플레이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6일 한나래와의 결승전 1세트에서 게임스코어 0-4로 뒤지다가 이를 뒤집기도 했다.
코트에 들어서기 전에 ‘기적은 내 안에 있다’라는 좌우명을 되새긴다는 그는 “1994년 태어났을 때 가수와 모델로서 이소라란 이름 석자가 유행해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을 소라라고 지어 주셨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테니스 선수 이소라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이소라는 누구?
생년월일= 1994년 7월 22일
소속팀= NH농협은행
신체조건= 키 172㎝ㆍ 몸무게 60㎏
롤 모델= 로저 페더러ㆍ페트라 크비토바
주요 경력= 2008년 미국 오렌지볼 14세부 우승, 2009년 차이나오픈 주니어 단식 우승, 2011년 전국체전 고등부 3연패, 2012년 ITF 영월서키트 단식 우승, 2012년 WTA투어 KDB코리아오픈 본선 1회전 통과, 2014년 서울오픈 서키트 단식 준우승, 김천 서키트 단식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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